[사설]‘主思派 동아리’ 민노당

  • 입력 2008년 2월 4일 22시 57분


작년 대선 이후 민주노동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이끌어온 심상정 대표가 어제 사퇴를 선언했다. 이른바 ‘일심회’ 간첩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윤 전 중앙위원을 제명하고 당의 친북(親北)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제2의 창당’ 혁신안을 내놓았으나 그제 임시 전당대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혁신안을 거부한 당내 자주파(NL)를 향해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이 당에서 계속 용인돼야 하는 건지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장에서 자주파는 “쓰레기 같은 국가보안법에 굴복할 수 없다”고 외쳤고, ‘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피켓까지 등장했다. 심 대표는 이런 모습의 민노당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자주파의 종북(從北) 노선에 반대해 민노당을 탈당한 조승수 전 의원도 “일심회 관련 두 당원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일었던 환호성이 바로 당과 국민의 괴리였다. 당은 이제 주사파 정당을 넘어설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민노당은 2000년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해 그해 총선에서 13%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지만 당의 주축은 1980, 90년대 운동권을 지배했던 민족해방 주사파(主思派) 계열이다. 즉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자들이다. 지금도 당원 8만 명 중 7만 명이 NL 계열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의 구성이 이러니 북의 핵 실험에 대해 “자위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까지 해체된 마당이라 이제 민노당에는 사실상 옛 주사파들만 남게 될 것 같다. 이런 주사파 집단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들이 붕괴하기 시작한 지 18년이 지났다. 세계사의 물줄기가 바뀌고 한 세대가 다 돼가는데 민노당 주사파들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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