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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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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178까진 예정된 수순. 여기서 이세돌 9단은 구경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흑 179처럼 흑을 가장 손쉽게 살리는 맥을 구사한다. 기분 같아서는 백 180으로 참고도 백 1로 막고 싶지만 흑 2, 4로 간단하게 연결해 간다. 따라서 백 180의 보강은 불가피한데 흑 181로 뻗자 흑을 차단할 방법이 없다.
백 188 때 검토실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이 9단이 흑 189로 ‘실전처럼 뻗을까, 아니면 흑 두 점을 이을까’를 걸고 설왕설래한 것이다. 다수 의견은 ‘흑 두 점을 잇는다’였다. 이 9단의 평소 기풍상 아무리 유리해도 최강의 수로 버틸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9단은 소수 의견을 받아들였다. 실전 흑 189로 물러서도 유리한 만큼 쉬운 길로 간 것이다.
흑 189를 본 윤준상 국수는 돌을 던졌다. 흑 189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 그 이상 수순을 끌고 가는 것은 스스로 욕되게 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윤 국수가 던졌다는 소식에 검토실 기사들이 대국장으로 몰려갔다. 국수가 바뀌는 순간은 예나 지금이나 엄숙하게 느껴진다. 대국장에는 1년밖에 국수위에 머물지 못한 윤 국수의 아쉬움과 국수에 올라 명실상부하게 ‘쎈돌 시대’를 열게 된 이 9단의 흥겨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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