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이세돌 위축되다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37분


전보에서 백의 이해할 수 없는 세 번의 방향 착오로 흑이 우세를 잡았다.

전반적으로 흑 모양이 두터워 걱정할 곳이 없다. 유일한 근심은 하변 흑인데 이미 한 집이 확보돼 있고 눈 모양도 풍부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은 나약하다. 평소 같으면 무시할 만한 것도 어떤 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하변 흑의 생사는 고민할 필요가 없으나 지금 이세돌 9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 9단은 바둑이 유리해지자 이 판만 이기면 국수 위에 오른다는 생각에 자꾸 위축되는 것이다.

흑 127이 하변 흑에 대한 걱정이 드러나는 수. 조금이라도 하변에 도움을 주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 수 때문에 상변 흑 진을 틀어막는 데 한 템포가 늦어졌다.

이 때문에 백 134로 뛰어드는 수가 생겨 흑 진이 제법 깨지게 됐다. 흑 135로 끼우는 수가 있어 백이 더 진출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참고도와 비교하면 흑 ○ 석 점을 공짜로 잡는 수가 남아 흑이 큰 손해를 본 것.

이세돌 9단은 대국 중 참고도의 수순을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이 9단 같은 고수도 위축되면 수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는 국후 검토에서 참고도의 수순을 보여주자 “굉장히 쉬운 길이 있었네”라며 아쉬워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뒤 “백 142의 시점에서 약 2집 반 정도 지는 형세였다”며 “빈 곳은 많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날 만한 곳이 거의 없어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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