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도끼부인’을 아십니까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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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서는 한진해운이 주문해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컨테이너선 2척의 명명식(命名式)이 열렸습니다. 명명식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가 이름을 지어 주듯이 육상에서 건조한 뒤 처음 물 위에 띄우는 선박에 이름을 붙이는 행사입니다. 명명식에서 빠져서는 안 될 주인공이 바로 ‘도끼부인’입니다.

도끼부인은 선박을 물에 띄우기 직전 무사고 운항을 기원하기 위해 식장과 선박 간 연결된 밧줄을 도끼로 끊으며 선박의 이름을 부르는 역할을 맡습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자르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날 명명식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와 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가 도끼부인으로 나섰습니다. 명명식은 선주 사장 부인이 주로 맡는 게 관례였으나 최근에는 노조위원장 부인이나 우수 여직원 등이 맡기도 합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금기시하는 중동 지역을 빼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처럼 여성이 명명식을 거행하는 게 관례입니다.

왜 도끼남편이 아닌 도끼부인일까요.

근대에 들어서면서 기독교 세례 의식이 명명식에 접목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세례 의식에서 남성의 대부(代父)는 남성이, 여성의 대모(代母)는 여성이 맡는데 선박은 여성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는군요.

최근 국내 해운업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해운업계 양대 산맥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부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 여성은 모두 공교롭게도 남편이 사망한 뒤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의 올해 수석 졸업생 역시 모두 여성입니다. 이들은 ‘여자가 배를 타면 사고가 난다’는 미신을 깨고 항해사로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또 해운회사 신입사원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한국을 5대 해양강국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이 명명식뿐 아니라 해운업계에서도 해양강국을 이끄는 대모로 맹활약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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