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학기]곡물생산 감소세… 이제는 ‘식량안보’다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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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함께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탄산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고 과다한 벌채로 숲 속의 탄산가스마저 대기로 탈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보여 주는 사례는 많다. 한국 면적의 9분의 1이던 아프리카 차드 호수가 1963년 이래 95%나 줄었고 킬리만자로의 얼음은 지난 100년 사이에 80%나 녹았다. 북극의 부빙(浮氷)은 지난 50년간 40%나 감소했다.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18∼59cm 상승해 태평양의 섬나라, 방글라데시와 네덜란드 등 저지대 국가가 침수 위기를 맞아 1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세계 인구 절반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골고루 더워지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와 극심한 더위가 공존하면서 곳곳에서 기상재해를 유발하고 농업 생산량 감소와 식량 파동을 동반한다. 1998년 6∼8월 중국에서는 대홍수로 3004명의 사망자와 200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냈다.

IPCC는 2080년까지 남한 지역의 평균온도가 섭씨 5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7% 증가하며 2090년경에는 부산 포항 강릉에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한국은 1977년 이후 30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이 200mm 늘었고 평균기온은 0.7도 상승했다. 겨울(12∼2월)의 평균기온은 1.4도나 상승했다. 연간 열대야현상도 1910년대에 5일 미만에서 2000년대에는 25일 안팎으로 늘었다.

한반도에서 연평균 온도가 섭씨 3∼4도 상승하면 제주도는 열대, 남부지방은 아열대, 중부지방은 난대기후지대로 변해 생태계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주종 채소인 배추 무 시금치 당근 파 양배추 상추 등 채소는 물론 국화 장미 카네이션 백합 안개초 등의 화훼류는 저온성 작물이라 남부지방에서의 재배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온대 과수의 재배 지역이 중부 이북과 강원도로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온성 작물인 쌀 생산량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피해, 토양환경 변화 등으로 평균 14.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식량생산 차질에 따른 곡물가 파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는다. 1973년과 1974년 인도 중국 소련에서 발생한 식량 생산 차질은 국제 곡물가격을 예년의 4배로 폭등시켰다. 1995년과 1996년에는 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3% 정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밀과 옥수수의 국제가격은 200%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7%로 대외 의존도가 커서 지구촌 어디서든 곡물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막대한 외화의 유출로 국가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문제는 기상재해와 식량 파동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촌 65억 인구 중 8억 명이 5초 간격으로 굶어 죽어 간다. 한편 사료용과 바이오에너지 생산용 곡물 소비는 폭증하고 있다. 지구는 100억 명 이상을 수용할 식량 생산 여력이 없는데도 2050년이면 인구가 100억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부(富)의 국제 질서가 식량 패권에 좌우된다.

세계 메이저 곡물 생산국은 식량의 무기화로, 다국적 곡물 기업은 가격 농간을 통해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와 양축농가에 치명적 부담을 줄 것이다. 돈을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없는 국가는 국민의 목숨까지 보호할 수 없다. 식량 자급 정책이 안보 차원의 최우선 국책이 돼야 하는 이유다.

김학기 강릉대 식물응용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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