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高 시험문제 유출, 섣부른 공동출제가 부추겼다

  • 입력 2007년 11월 11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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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외국어고 교사가 입시문제를 J학원에 유출한 사건의 불똥이 경기도내 9개 외국어고 전체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인다. 도내 외고 공동출제 문제 원본을 넘겨받은 교사가 인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통째로 사설학원에 e메일로 흘려 준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외고들이 고교 수준의 입시문제를 출제해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이번에 공동출제를 하도록 했다. 문제은행식 공동출제를 하면 한 곳에서만 문제가 새도 전체 학교가 피해를 본다. 당연히 관리가 더 철저해야 하는데도 인쇄를 맡은 교사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다.

문제를 빼낸 J학원에는 경기도 내 다른 외고에 지원한 학생들도 다닌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경기도내 외고 불합격자 전원이 재시험을 요구할 것이고 대다수 합격자들은 잘못도 없이 재시험을 치를 판이다. 그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교육부는 외고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연계 진학반을 운영하는 외고에 대해서는 특수목적고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최근에 엄포를 놓았다. 내신 위주 입시도 결국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죽이기다. 이번 사고도 외고 때리기의 일환으로 입시문제 공동출제를 사실상 강요하다시피 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고교건 대학이건 학생선발권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옳다. 외고는 하향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수학(修學)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다소 수준이 높은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 다만 교사와 학원의 유착을 막고 학원에서 배운 사교육이 외고 입시에 별 도움이 안 되도록 다양한 전형방법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서울지역 외고 입시는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당국은 공동출제 및 문제지 인쇄와 배포 과정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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