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정아 수사’ 조기 종결이 能事 아니다

  • 입력 2007년 9월 16일 23시 05분


코멘트
신정아 사건이 터진 지 두 달 가까이 미적거리던 검찰 수사가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으로 잠적했던 신 씨가 어제 귀국해 곧바로 검찰에 소환됐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같은 날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협조를 받아 변 전 실장의 사무실 컴퓨터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이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 소속 검사들을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수사 장소만 서부지검이지, 사실상 대검이 수사를 지휘하는 체제가 됐다. 국민적 의혹으로 커진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총장 직속의 검사들을 투입하는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행여 청와대나 여권(與圈)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수사가 과속(過速)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석 전에 수사를 속전속결로 매듭지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건에 가려 흥행성이 떨어졌다. 수사에서 ‘메가톤급 진실’이 밝혀지고 파장이 길어지면 보름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도 빛을 잃을지 모를 판이다. 청와대와 여권으로서는 이 사건을 조속히 매듭짓고 추석 이후에는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추석 연휴까지는 1주일 남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을 수사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이다. 여기에다 정치권, 학계, 문화예술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이 거론되고 있다. 변 씨의 ‘윗선’ 개입 의혹도 해소된 바 없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변 씨와 신 씨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봉합한다면 축소 수사 논란이 필연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다.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이자 국정 농단 사건이다. 새로운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직전 동국대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땅 1만1448m²를 교육용에서 수익용으로 용도변경을 해 주었다. 자고 나면 의혹들이 계속 터져 나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모든 권력 남용을 변 씨 혼자 했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허겁지겁 졸속으로 수사를 끝낸다면 여론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이 사건의 몸통과 관련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검찰 수사의 정도(正道)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