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반전무인

  • 입력 2007년 9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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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79로 패를 때려내는 양재호 9단의 손길은 천근만근 무겁다. 백 80의 팻감이 눈에 뻔히 보인다. 반면 흑은 변변한 팻감이 없어 흑 83으로 잇는 것이 고작이다.

백 84가 흑에겐 뼈아픈 맥. 흑은 진퇴양난이다.

양 9단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둑판을 내려다본다. 초반 흑이 우세했고 우세를 계속 이어갈 찬스도 여러 번 있었다. 더구나 실전처럼 망가지기 전에 유연하게 타협해 ‘이제부터의 승부’로 이끌 기회도 주어졌다.

그러나 양 9단은 이도저도 놓친 채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흑 95로는 참고도처럼 둘 수도 있지만 양 9단은 자폭의 길을 택한다.

양 9단은 분명 상대가 강하다고 두려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강하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유연하게 둬야 할 때 강력하게 나갔고, 다그쳐야 할 때 물러섰다. 아예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는 프로기사들에게도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다. 백 98로 우상 흑이 잡혀 승부는 끝. 양 9단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을 던졌다. 82…○, 89…79, 96…84.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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