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규진]자유무역 수학 공식은 1+1=3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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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박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본다. 두 명이 각각 1만 원의 판돈을 내고 고스톱을 한다고 하자. 내가 5000원을 따 1만5000원이 되면 상대방은 5000원이 된다. 나는 5000원을 벌고 상대방은 5000원을 잃게 된다. 1+1은 2이고 2에서 1.5를 빼면 0.5라는 얘기다. 초등학생도 아는 덧셈과 뺄셈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를 도박으로 보는 것 같다. 국내총생산(GDP)을 판돈이라고 하면 한국은 대략 8000억 달러, 미국은 12조 달러다. 미국이 2000억 달러를 따 가면 한국은 6000억 달러로 줄어든다. 2000억 달러를 손해 본다는 얘기다. 물론 역도 성립한다. 다만 도박에선 판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니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지금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은 모두 판돈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를 보자. 우리나라는 향후 10년간 한미 FTA와 한-EU FTA에서 각각 5.97%, 1.64%의 성장률 증가 효과를 본다. 제로섬 게임이라면 미국 성장률이 5.97%, EU 성장률은 1.64% 줄어야 한다.

그러나 덴마크 경제연구소인 코펜하겐 이코노믹스는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EU 국민소득은 연간 최고 59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이면 590억 달러다. EU 집행위원회는 “한-EU FTA가 체결되면 EU의 대(對)한국 수출이 30%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 나라는 세계 최고의 ‘타짜’라고 허풍을 떨고 있는 것인가. 허풍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다. 두 나라가 각각 1만 원의 판돈을 내놓고 자유무역 게임을 하면 전체 판돈 규모가 3만 원으로 불어나면서 두 나라 모두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판돈 1만 원이 추가로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의 저서인 ‘정치경제와 조세의 원리’(1817년)는 두 나라의 자유무역은 두 나라 경제를 모두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리카도 사후(死後) 200여 년간 세계 경제사는 리카도의 이론이 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이유는 교역 상대국들은 자기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물건을 특화해서 더 많은 생산량을 내놓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기가 잘하는 일에 전념하니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홍영표 재정경제부 FTA 국내대책 본부장은 “올해 한미 FTA 협정이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하면 내년에는 국내 총선에다가 미국 대선까지 겹쳐 2009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한미 FTA에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여 준다면 연내 국회 비준 동의가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후보들은 말로만 경제대통령감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FTA 연내 비준 동의부터 성사시켜야 한다.

성장과 일자리를 늘리는 자유무역 수학 공식 1+1=3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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