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신력에서 졌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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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나 동영상 혹은 TV를 통해서 국민의 응원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라크 승리의 주역인 골키퍼 누르 사브리는 경기 전 “자국 국민의 광적인 성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라크 국민이 이번 대회에 보여 준 관심은 격렬했다. 일부 이라크 축구 팬들은 이라크뿐만 아니라 한국의 훈련장까지 찾아와 양 팀의 소식을 알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24일 한국 훈련장에서 만난 한 이라크인은 “미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번 축구를 보려고 휴가를 내서 왔다”고 말했다. 이라크 국내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모여 응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찢긴 이라크의 국민에게 이번 대회에서 축구대표팀의 선전은 국민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브라질 출신의 조르반 비에이라 이라크 감독은 연일 “이라크 국기를 위해 승리하자”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훈련도 제대로 못한 이라크는 이 같은 조국의 위기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똘똘 뭉쳤고 이라크 축구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했다.

반면 한국 선수단은 반대의 상황이었다. 지난달 이라크에 3-0 승리를 거둔 터라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난적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던 분위기는 이란전 승리 후 다소 풀어졌다. 여기다 선수들의 체력도 소진됐다. 경기 전 홍명보 코치가 우려했던 것도 ‘방심’과 ‘체력’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에 임했고 결국 패배를 안았다.

이라크가 베트남을 상대로 한 8강전을 비교적 손쉽게 치르고 올라왔다 치더라도 한국은 시작 전부터 다소 지고 들어간 경기였다. 이라크의 강한 정신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쿠알라룸푸르=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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