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성교수의 소비일기]불친절한 맛집 입은 즐거웠지만…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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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이른바 ‘유명하다’는 콩국수집을 남편과 함께 찾았습니다.

역시 유명한 집은 다르더군요. 오후 2시가 지났는데도 손님들로 붐벼 겨우 한 자리를 얻어 앉았습니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아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알았다”는 종업원의 대답은 영 성의가 없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표정은 하나같이 불만스러워 보여 말 한마디 걸기에도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몰려오는 손님 때문에 진이 다 빠진 모습입니다. 아마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종업원에게는 별로 혜택이 가질 않나 보지요.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걸 보면.

그래도 한참 만에 나온 콩국수는 명성대로 맛있더군요. 하지만 이번엔 콩국수를 다 먹기까지 주문한 다른 메뉴가 나오질 않습니다.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옆 테이블 사람이 벌써 먹는 것을 보니 이 북새통에 주문 순서가 헷갈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슬슬 짜증이 났지만 모처럼 얻은 휴일의 즐거운 시간을 침해받기 싫어 그냥 참았지요.

그때 갑자기 카운터에서 무슨 난리가 난 듯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한 가족이 단체로 카운터의 주인에게 마구 목청을 돋웠습니다. 안 봐도 뻔하지요. 식사 과정에서 분명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겁니다.

그걸 보던 다른 손님들은 “왜 이렇게 시끄러우냐”고 한소리하고, 주인은 주위에는 아랑곳없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종업원을 마구 꾸짖었습니다.

‘밥 한 끼 먹기에는 별로 좋은 곳이 아니네.’

계속 밀려드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오래 기다려 나온 식사를 허겁지겁 먹고 쫓기듯 나오면서 절로 든 생각입니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맛이 좋아 찾는 몇몇 음식점이 있습니다. 오장동 함흥냉면, 학사평 순두부, 장충동 평양냉면, 장사리 막국수….

하지만 갈 때마다 후회가 됩니다. ‘꼭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먹어야 하나.’ 이런 정도의 서비스라면 선거에서의 투표처럼 ‘화폐투표’를 통해 시장(또는 소비자)의 정말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무척 맛있고 유명하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손님이 몰려드는 것이니 조금만 더 친절할 수는 없을까요.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너무나 불친절하면서도 그리도 당당해도 되는 걸까요.

그런 모습의 그들이 너무나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 유명한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와 같은 소비자의 탓도 있지는 않을까요.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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