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의료급여 오남용 방지 제도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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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의료급여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득이 낮은 의료급여 1종 대상자라도 본인이 선택한 병원 한 곳에서만 진료를 받아야 본인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여러 병원과 약국을 돌아다니며 정부 재정을 축내는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빈곤층의 의료 이용을 막는다며 반대한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다.》

▼[찬]의료재정 효율적 활용 위해 불가피▼

의료급여는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의료 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이다. 궁극적으로 저소득 국민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다. 7월부터 실시한 의료급여 개선안의 목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간의 의료급여 정책은 보장성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대상자 및 지원내용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예산에 한계가 드러났고 제도의 존속 가능성조차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국가로서 의료급여 제도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당연한 숙제이다.

기존 제도의 가장 큰 허점은 가벼운 외래 질환에 대해서도 의료 이용을 무제한으로, 또 공짜로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휴일도 없이 하루 평균 6, 7회(연간 약 2250건) 진료 받은 형제가 있고 연간 500장 이상의 파스를 처방받은 환자가 2만7000명에 이른다. 파스를 1만699장이나 처방받은 환자가 나왔고 감기에 걸리자 6곳에서 진료 받은 환자가 생겼다.

의료급여 환자가 모두 이렇게 진료와 처방을 오남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남용은 명백하게 존재한다. 환자의 잘못일까? 아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의 문제이다.

의료급여 재정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므로 꼭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의료급여는 특정 계층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제도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경제적 문제로 의료 이용에 제한을 받는 계층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만은 아니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에서도 소위 차상위 계층에서는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의료 이용을 받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의료급여를 확대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예산의 한계로 정지된 상태이다. 7월부터 시행하는 의료급여 제도 개혁안은 1종 수급권자에게 건강생활유지비를 월 6000원 지급한 뒤 의원을 이용할 때 1000원, 약국을 이용할 때 500원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만들었다. 또 환자의 본인부담이 월 2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50%를 보상하고 월 5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선택 병의원제도는 한 가지 질환,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 등으로 365일을 넘어 90일을 더 진료 받은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을 한두 개 선택하여 의료 이용을 하도록 만든 규정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보완책이 있으므로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의료급여 1종 환자의 외래 의료 이용이 많은 제약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민단체 및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급여 제도 개혁이 건강권 침해, 나아가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진정한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로 거듭나려면 특정 계층에 대한 맹목적 배려로 인한 제도의 와해보다는 합리적 개선과 이용을 통한 제도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 정부는 가벼운 외래 질환에서 절감되는 재정으로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 계층에 혜택을 확대하고 중증질환의 본인부담을 낮추는 등 의료복지 증진에 힘써야 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팀 부연구위원

▼[반]저소득층 병원 이용 막아도 되나▼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급여 개선안에 대해 반대 방침을 표명하자 일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을 한다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의사협회의 지도부가 바뀌었다. 신임회장의 일성은 ‘통렬한 반성의 바탕 위에 거듭나겠다’라는 내용이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야 할 의사와 환자의 간극이 너무 커진 데 대해 자성하겠다는 의미다. 브나로드 운동처럼 의사들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첫 번째 행보가 의료급여 대상자로 불리는 저소득층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데 의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내놓은 의료급여 개선안은 취지는 맞지만 방법에서 틀렸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진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재정 압박을 받자 정부는 이들의 진료를 제한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반대하는 의사협회를 몰아붙였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병이 낫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가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 따라 의료급여 대상자는 한 군데 병원, 그것도 한 달에 네 번만 가야 한다. 다른 병원에 가면 진료비 전액을 내야 한다. 일반 건강보험 환자는 최대 30%를 낸다. 다리가 부러져도 내과에 가고, 위가 헐어도 정형외과에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생명윤리를 돈의 논리로 제약할 수는 없다. 사람의 목숨은 값이 다르지 않다. 물론 진료비가 늘어나는 데 무조건 세금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사회 안전망도 한계가 있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임무다.

의사협회도 그 부분에 찬동한다. 제도 변경으로 의사들이 입을 진료수입 감소는 카드 수수료의 4분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 실리적으로 보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사례, 예를 들어 1년에 2000번 병원에 가고 파스를 한 달에 300장을 탄 환자는 정신질환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때문에 재정이 악화됐다고 말한다. 치졸한 일이다. 뇌물 받은 공무원 하나를 예로 들며 대한민국 공무원은 전부 부패 공무원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정부의 설명은 전체 저소득층 환자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붙인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 들어 의료급여 대상자 지정을 남발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조치로 재정이 압박받았다.

해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선심정책을 버리고 꼭 의료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면 된다. 그래서 의사협회는 불복종을 선언하고 의사협회 건물을 팔고 천막에 나가더라도 의료 지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무상진료를 종전처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단체가 반색했다. 견원지간처럼 보이던 시민단체와 의사협회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합동토론을 제안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금까지 답이 없다. 정부라고 무조건 옳은 일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박경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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