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노인 도우미 로봇 시제품 10월에 첫선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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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80) 씨는 2년 전 아내를 여의고 혼자 살고 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나을 것 같아 애완견을 키울까 생각해 봤지만 정서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 결국 포기했다. 김 씨 같은 독거노인이 지능로봇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2, 3년 후 국내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지능로봇은 사람 얼굴을 본뜬 머리 부분과 원통형의 몸통, 그리고 4개의 바퀴로 굴러다니는 형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 로봇과 유사한 모양으로 다리와 팔 등은 없다. 이 로봇은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다가와 목소리로 잠을 깨우는 것부터 주인의 갖가지 명령을 수행한다.

주인이 매일 필요로 하는 날씨 정보나 TV 프로그램, 그리고 뉴스를 스스로 기상청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리 내려받아 두었다가 물으면 바로 대답한다. 약 먹을 시간을 알려 주고 약속시간과 장소도 미리 알려 준다. 그리고 주인과 장기 게임을 하거나 외국어 학습을 도와줄 수도 있다.

국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능로봇 개발 사업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간기능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단장 김문상)이 주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300여 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KIST 연구원이 5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각 대학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지능로봇 개발 사업은 산업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는 국가사업으로 2003년 10월 사업단이 구성돼 연간 100억 원씩 10년간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사회에 필수품이 될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1차 목표는 실버 도우미 로봇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령화 사회의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김문상 단장은 “앞으로 2, 3년 뒤에는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정보서비스, 시간 체크 기능, 건강관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의 도우미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제품이 10월경 나올 예정이며 내년까지 계속 수정과 업그레이드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단장은 “첫 번째 지능로봇의 생산원가는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며 “독거노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사용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 줘야 초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2, 3년 뒤에는 팔 기능을 장착하여 간단한 음식물 제공 서비스 등 심부름 기능이 가능한 로봇이 나올 예정이다. 팔 달린 로봇은 1000만∼2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의 로봇은 ‘집사’ 역할이 가능하다.

▽지능로봇 개발의 난점=지능로봇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도 많다. 우선 로봇 스스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습득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TV 연속극이나 기상청 날씨 정보 등을 스스로 접속해 내려받지 못하면 똑같은 말만 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로봇이 정보를 가공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수집한 정보를 그대로 보여 주기만 하면 노인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속극 ‘주몽’을 보면서 주인공 송일국에 대해 물었을 때 생년월일과 이력사항을 줄줄이 읊으면 가공능력이 없는 것이 된다. 그 대신 “주인공의 이름은 송일국으로, 그는 김을동의 아들이고,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 정도로 대답하면 노인이 원하는 쪽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사업단도 실버 도우미 로봇이 모든 분야의 지식을 무한정으로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은 TV 시청, 동호회, 건강, 날씨 등 노인이 많이 사용하는 정보로 특화할 경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개발 사업에 정서적, 감성적인 측면의 능력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지능로봇은 일반 가전제품과는 달리 사용자들이 가족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정서적 반응을 보이도록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감정의 전부를 안다는 것이 아니다”며 “분노, 슬픔, 우울함, 즐거움 등 몇 가지 감정을 모듈화한 뒤 이 모듈에 해당하는 감정에 대해 맞장구 등의 반응을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능로봇 산업=한국로봇연구조합(이사장 신경철 유진로봇 사장)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30여 개의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가 영업 중이며 이 중 대인 서비스를 하는 로봇 제조사는 5, 6개다.

현재 개발된 대인 서비스 로봇의 수준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한 뒤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수준으로 이 가운데 교육용 로봇의 경우 유치원 원아들을 대상으로 영어 등 언어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밖에 아침에 깨우는 기능, 음악을 틀어 주거나 입력된 동화책이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로봇의 공장도가격은 250만 원 정도. 일괄 구입해 콘텐츠를 입력한 뒤 판매하는 회사에 따라 소비자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동우 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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