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수신료 인상안이 발표된 뒤 KBS 이사회는 27일 “국민에게 (인상 명분을) 더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일단 의결을 뒤로 미뤘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시늉에 불과했다. 그동안 KBS는 제대로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의결에 반대한 권 이사는 “군사작전하듯 무조건 KBS 편을 들어 주는 이사회는 있으나 마나”라고 했다. KBS 이사회는 과거 정 사장 임명제청과 연임 때 보여 준 것처럼 국민을 대신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KBS 사장을 위한 거수기임을 거듭 보여 줬다.
과연 KBS는 이렇게 오만하게 국민에게 손을 벌릴 자격이 있는가. KBS는 선진국 공영방송들과 달리 ‘국민의 방송’ 역할에 충실하기는커녕 정권 편에 서서 편향된 방송을 거듭해 왔다. 영국의 BBC처럼 경영혁신에 나서지도 않았다.
수신료가 적어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방만한 경영을 수술하고, 개혁다운 개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자구적(自救的) 노력을 먼저 했다고 많은 국민이 수긍할 때 수신료 문제를 공론에 부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정도(正道)다. 굳이 인상을 검토하고 싶다면 대선 이후가 자연스럽다. 대선 정국이라는 혼란한 틈을 이용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수신료 인상안은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정 사장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줄 알면서도 인상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풀이도 있다. KBS가 수신료 인상보다 먼저 할 일은 공정방송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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