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사우스웨스트’ 다시 웃을까?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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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담배를 피우실 분은 기내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마음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펀(fun) 경영으로 유명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다. 미국에서 단거리 국내선 노선만 운항하는 이 항공사는 1990년대 이후 경영학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범 사례였다. 펀 경영뿐만 아니라 노사화합,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하는 전략적 판단 등 모든 점에서 사우스웨스트는 탁월했다.

이처럼 잘나가던 사우스웨스트도 위기를 맞고 있다. 겉으로 본 성적표는 여전히 좋다. 1분기(1∼3월)에도 순익이 93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2.5% 증가했다.

그러나 항공연료 헤지 계약에 따른 일시적 이익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나 하락했다. 이처럼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주가도 15달러 안팎으로 계속 바닥권이다.

경영 모범생인 사우스웨스트가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이유로 저가(低價) 경쟁 항공사들의 약진을 들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저비용 구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내 안에 TV도 없앨 정도였다. 그런데 제트블루 등 후발 주자들은 물론 기존 항공사들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통해 이 회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는 직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건비 비중이 갈수록 올라갔다.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사우스웨스트는 지난해 항공료를 6차례나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다른 항공사와의 가격차는 좁혀졌다. 이처럼 다른 항공사와의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예약 당시 승객들의 좌석 지정을 하지 않았던 회사 정책이 도전받고 있다. 그동안 없었던 봉급 삭감이 논의되면서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요가 많지 않은 국내 노선은 감축하는 반면 앞으로 국제선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고 있다.

경영학 교과서의 모범생인 사우스웨스트, 과연 새롭게 닥친 위기를 교과서처럼 극복할 수 있을까?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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