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50년만에 유치장에서 불러본 “엄마”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서로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온 모자가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만에 만나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로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온 모자가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만에 만나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절도범이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박모(53) 씨가 서울 강동경찰서에 붙잡힌 것은 25일. 형사들은 어린시절 보육원에서 자랐고 50년 동안 부모의 생사조차 모른다는 박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박 씨의 부모를 수소문했다.

단서는 박 씨가 기억하고 있는 부모의 이름과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다행히 6·25 참전용사였던 박 씨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국가보훈처에 남아 있었다. 이 기록과 경찰 전산망 등을 이용해 박 씨의 어머니(70)가 서울 은평구에 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 씨의 어머니는 6·25전쟁 이후 극심한 생활고로 자녀 2명을 보육원에 맡겼다. 이후 남편을 잃고 홀로된 박 씨는 생활고에 지병까지 얻어 아들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28일 50년 만에 아들을 만난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와 상봉한 뒤 유치장에 수감될 박 씨를 생각하니 안타깝지만 어머니를 만난 것을 계기로 새 삶을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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