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폭력시위 단체에 혈세 퍼 줍니까”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코멘트
“어찌 저희들의 손때 묻은 세금으로 저희 아들들을 다치게 한 폭력시위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단 말인지요?”

11일 기자에게 인터넷 카페인 ‘전·의경 부상자 부모들의 쉼터’ 회원 일동 명의의 e메일이 왔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의 지부 대표가 지난해 시위 도중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도 행정자치부가 이 단체의 사업을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사업으로 선정해 지원금을 줬다는 본보 기사(11일자 A1·8면)를 보고 울분을 느껴 보내온 e메일이다.

ID가 ‘강촌’인 카페지기(관리자)는 e메일에서 “정부가 보조금이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쉽게 지원할까요? 서민들이 은행 대출 100만 원 받으려면 얼마나 절차가 복잡한데요”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천연대가 아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전충남본부가 주최한 폭력시위였다”는 행자부의 해명에 대해 “범국본이 폭력시위를 했으니 범국본에 속한 단체에는 보조금을 지급해도 무방하다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ID ‘노을향기’)도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지, 내 새끼 때려 달라고 낸 돈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행자부는 본보 보도 후에도 이상한 논리를 펴며 지원을 계속할 태세다.

행자부는 해명자료에서 “당해 단체의 시위 주최 여부, 폭력사태 발생 여부, 그 단체 구성원의 구속 여부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때 지원 제한 대상으로 규정된다는 내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의 해명에 따르더라도 실천연대는 지원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담당 사무관은 “실천연대는 통일부 등록 단체이고 대전충남 실천연대는 대전시에 별도로 등록된 단체이기 때문에 연관성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실천연대 지부에서 잘못한 것을 중앙 본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행자부는 그동안 본보 등 언론이 폭력시위단체에 대한 지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말로는 ‘엄정한 대처’를 강조하면서도 정부 입맛에 맞는 단체에 대해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지원을 계속해 왔다. 폭력시위단체에 혈세를 퍼 주면서 엄정 대처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전·의경 부상자의 부모들만 억장이 무너진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