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水素경제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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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신이 하나의 단어로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 단어는 분명 수소(水素)였을 것이다.’ 우주 탄생의 비밀에 접근했던 미국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는 이같이 말했다. 원소기호가 H인 수소는 모든 원자 중에서 가장 단순하다.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가 구성 성분의 전부이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생성되기 쉽기 때문에 수소는 우주 구성원소의 90%를 차지한다. 모든 별은 수소를 원료 삼아 빛을 내뿜는다. 그 다음으로는 헬륨이 9%다.

▷수소 원자는 단순한 만큼 다루기도 쉬워서 여러 과학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헨리 캐번디시가 1776년 혼합물로부터 수소를 최초로 분리해 그 특성을 밝혔다. 수소라는 이름을 처음 명명한 사람은 프랑스혁명 와중에 단두대에서 처형된 비운의 화학자 라부아지에.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에 입각한 수소원자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원리가 처음 실용화된 것이 수소폭탄이다.

▷폭탄은 비극이지만 수소는 지금까지 인류에 큰 혜택을 주었다. 물리학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와 그 제자들이 발견한 자기공명은 몸을 이루고 있는 수소 원자를 감지해 인체 내부를 촬영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개발로 이어졌다. 많은 환자가 그 덕을 보고 있다. 초당 1420Mc(메가사이클)로 진동하는 마이크로장을 이용한 수소 메이저 시계는 오차가 3억 년에 1초밖에 안 될 만큼 정확해 과학실험에 이용된다.

▷화석연료가 고갈 위기에 직면한 데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산소와 결합해 부산물로 물을 생성하니까 공해 걱정이 없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지구가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완전 전환될 것으로 내다본다. 수소에너지 실용화를 위한 17개국 산업계 학계 및 정부 대표들의 기구인 ‘수소경제 국제파트너십(IPHE) 실행연락위원회’ 8차 회의가 오늘 서울에서 폐막된다. 이 대회는 한국도 수소경제에 바짝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을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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