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Life/현장에서]‘빅 브러더’ 구글은 안 되겠죠?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누군가 검색창에 입력한 ‘Paris(파리 또는 패리스)’는 프랑스의 수도를 뜻하는 것일까요, 호텔 부호 힐턴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턴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검색을 하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 주는 개인화된 검색도 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 모인 수백 명의 눈과 귀는 오직 한 사람을 향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슈미트 회장 인터뷰가 나오면 어떤 신문이라도 직접 사서 읽고 또 읽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신생 기업 구글을 전 세계 검색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회사로 만든 공신 중 한 사람입니다. 취임 5년 만에 적자회사를 시가총액 1500억 달러의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냈죠.

사실 1시간에 걸친 그의 특별 연설과 질의응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구글의 사업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고 시간이 짧아서 깊이 들어간 내용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설에는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아닌 구글라이제이션(세계의 구글화)으로 대표되는 구글의 사업 방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모든 정보는 구름이 떠 있듯이 어딘가에 존재하며 구글은 이러한 정보를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구름 컴퓨팅’이라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구글의 정보 독점으로 민주주의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슈미트 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보는 현명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어지고 그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더욱 투명해지도록 요구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미트 회장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구글이 ‘빅 브러더’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구글이 현명하게 정보를 사용해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선우 경제부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