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지구온난화, 경제성장엔 藥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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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는 이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북극의 부빙(浮氷)은 지난 50년 동안 40% 감소했다. 아프리카 내륙 지방의 사막도 점점 넓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더 걱정스럽다. 공기가 나빠지고 있으며 마실 수 있는 물도 줄어든다. 해수면 상승은 바닷가 저지대를 위협한다.

인류는 곧 온난화의 결과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불가피하다. 해수면 상승으로만 금세기 말까지 1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주민들은 이미 호주에 공식으로 ‘기후 망명’을 요청했다.

온난화는 지정학적 데이터도 뒤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새로운 바닷길이 열려 수에즈, 파나마 운하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캐나다와 러시아는 북극 지방의 유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온도 상승으로 광활한 넓이의 새로운 경작지도 얻게 돼 혜택을 볼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사막화로 더욱 고통을 당하게 된다.

온난화는 에너지 문제와 직접 연관된다. 인류는 석유, 가스, 석탄 등 3대 화석연료를 이용해 현대 문명을 이뤄 냈다. 그 결과 인류는 지구가 5억 년 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200년 만에 써 버렸다. 이제는 온실효과와 자원 고갈 같은 암울한 현실이 남았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비롯한 문제점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경제를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선 이들 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장이냐 온난화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인류가 처한 지금의 심각한 상황이 경제에는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산업이 지구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미 이를 입증할 만한 사례가 있다. 독일은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왔고 독일의 ‘Q셀’이라는 기업은 6년 만에 세계 2위의 광전지 업체가 됐다.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선파워’사는 2005년 증시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2배로 늘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앞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매출액을 크게 늘렸다. 이들 기업은 시장도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에 관심을 쏟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주는 지난해 온실가스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엄격한 법을 만들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5% 줄이기로 했으며 2050년까지 추가로 80%를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캘리포니아 주의 전력 회사들은 2010년까지 재활용 에너지를 2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주택 100만 채에는 주 정부의 예산으로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다.

이 같은 큰 규모의 계획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변해야 한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제철에 나오는 식료품만 구입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겨울에 딸기와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면 주택 지붕에 집열판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노력은 우리 주변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노력과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이 심각한 문제가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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