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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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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합의 깨지지 않으려면
송 장관이 걱정을 하기 전에 2·13합의는 이미 금이 갔다. 6자회담에 참석했던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평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회담 파트너인 5개국은 졸지에 닭 쫓던 개꼴이 됐다. 송 장관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리는 물론 미국의 6자회담 관계자들까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여 있던 2500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주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가볍게 목을 축일 물 잔에 금이 간 것인가, 건배를 할 와인 잔에 탈이 난 것인가. 북한에 대한 시각에 따라 판단이 갈리겠지만 2·13합의라는 문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첫 단계부터 일이 꼬이니 ‘프래자일 프로세스’라는 고백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6자회담 옹호론자들은 제네바 합의는 미국과 북한의 양자 합의였기 때문에 휴지조각이 됐지만 남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가세한 6자회담의 합의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이 6자회담을 무겁게 생각한다고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북한은 6자회담이 살아 있는데도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다. 9·19 공동선언에 이어 2·13합의까지 만들었지만 북한 대표는 타국 대표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회담장을 떠나는 외교적 무례를 저질렀다.
6자회담을 아슬아슬하게 만든 장본인은 북한이다. 앞으로 그릇이 깨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그릇을 다루는 사람이 조심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2500만 달러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도리 없이 쨍그랑 소리를 여러 번 더 들어야 할 것이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주 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에서 북한 대표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해 친구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한도 궁극적으로는 정상적인 국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책임 있는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는 고무적인 발언이다.
그런 희망의 싹을 키우려면 북한의 반복되는 ‘이상 행동’에 놀라 미봉책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탄탄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책임을 다하는 국가로 변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북한 지도자를 유엔 무대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유엔 무대로 불러내자.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다. 북한의 지도자가 유엔에 나가 모든 회원국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북한의 권리이므로 북한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을 원수로 여기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유엔에 가서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고 판단을 받는데 김 위원장이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마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지 아니한가.
북한 지도자를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인물로 유도하는 작업이 당장은 힘들어 보이지만 이보다 확실한 지름길은 없다. 북-미 합의도 실패했고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 왜 실패를 반복하려 하는가. 정부 내 누군가가 ‘김 위원장 정상화 작전’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낭보를 듣고 싶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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