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길진균]‘정족수 미달’ 국회 윤리위의 직무유기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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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우리당 김재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에 대한 징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두 의원은 성인용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에 연루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이던 이들은 게임관련 협회로부터 여행 경비를 받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게임박람회에 다녀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징계안건은 표결도 못해 보고 폐기됐다. 의결하려면 윤리위원 15명 중 8명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데 7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날 회의는 8명 이상이 참석해 개회됐으나 정작 표결 때는 문병호, 박명광, 최재성(이상 열린우리당) 김영덕, 서병수, 이인기, 주호영(이상 한나라당),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 등 8명이 자리를 비운 것.

이에 앞서 윤리심사소위는 1일 두 의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윤리위반’ 결정을 내린 뒤 2일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국회 윤리규정상 지난해 9월 5일 윤리특위에 제소된 두 의원의 심사기한(6개월)은 일요일인 4일이었다.

윤리특위가 두 의원의 징계 안건 의결을 질질 끌다가 사실상 심사기한 내에 회의를 열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일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여론을 의식해 일단 회의는 열었다가 표결 때만 자리를 비워 안건이 자동 폐기되도록 교묘한 수법을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윤리위에 계류 중인 징계·윤리 심사안건은 57건. 16건이 제출된 16대 국회 때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처리’된 것은 8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폐기되거나 철회된 게 6건이고, 의결된 것은 2건뿐이다.

윤리특위는 국회법에 따라 다른 특별위원회와는 달리 한시적 존립 규정이 배제되는 상설 특위다. 별도의 예산이 책정돼 있고 국회 사무처 직원들도 소속돼 있다. 그러나 정작 직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법 46조는 윤리위 설립 목적을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위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정(自淨) 기능을 상실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윤리특위는 그러지 않아도 떨어진 국회의 권위를 더욱 추락시킬 뿐이다.

길진균 정치부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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