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미연합사 해체 ‘성급한 합의’
그래서 더욱더 미국이 한국 없는 동북아 전략을 구상한다는 말이, 북한의 제한된 핵 보유를 묵인하기로 했다는 말이, 심지어 제2의 태프트-가쓰라 밀약이라는 이른바 ‘미-중 간 빅딜설’처럼 워싱턴 주변을 오가는 말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현실화한다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을 고집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적지 않은 기존 핵탄두와 핵물질 같은 핵심적 쟁점은 언급조차 못한 채 ‘불능화’니 하는 묘한 몇 마디 신조어로 얼버무린 2·13합의에서 그런 비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한미연합사 해체와 병행해서 거론되는 분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얼핏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모두 한미 군사동맹의 뿌리를 흔들고 한국의 현 안보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체해 재구축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우리의 안보적 여건이 더없이 어려운 때, 더 결정적인 안보적 부담을 자초하는 셈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했으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등의 자해(自害)적 계획보다는 북한 핵에 대한 대책부터 강구하는 자세가 정상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 대책이 병력이나 줄이고 동맹 체제를 흔드는 일일 수는 없다. 50만 감군 계획은 주한미군 고위 당국자도 “(주한미군은 줄이지 말라면서) 한국은 지상군을 40%씩이나 줄이느냐?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잘 알고 있는데…”라고 어이없어할 정도다.
가능하다면 이런 성급한 합의는 되돌려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한미연합사는 현재는 물론 통일 이후까지 상당 기간 함부로 대체해서는 곤란한 국방체제다. 2·13합의와 평화체제 거론에 호응하는 미국을 보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2012년이 한미동맹의 실효적 수명의 한계는 아닐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한미동맹이 살아 있을 동안에 자유 대한민국의 항구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안전보장 근원대책 서둘러야
한미연합사 못지않은 신동맹 구조를 개발하고 고도의 비핵 억지 전력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안보 상황에 맞게 한국의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재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 어떻게든 통일 한국의 새집을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미루고 회피해 와서 그렇지 언젠가는 어차피 겪어야 할 문제이고 예상외로 손쉬운 일일 수 있다.
다소의 희생이 따를지 모르지만 역사란 원래 그렇게 희생으로 성장하는 법이 아니던가. 역사는 언제나 지혜와 용기 있는 자의 것이 돼 왔다. 이래저래 우리 모두의 더할 수 없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범국민적 헌신이 필요할 때다. 그것만이 오늘 이 성급한 합의를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