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희상]‘전통적 안보체제’ 해체가 시작됐다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결국 2012년 4월 17일부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고 한다. 한미연합사 체제는 이승만 대통령이 터를 닦고 박정희 대통령이 집을 지은 독특한 국가 안전장치다. 6·25전쟁에서 같이 공산주의에 맞서 피를 흘렸던 한미 양국을 잇는 핵심적 동맹의 연결 고리다. 양국 군대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시킨 핵심적 시스템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안보를 지킨 중요한 지주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이 지금 느닷없이 해체되려 한다. 지금까지는 비록 한미동맹의 살이 곪고 상해도 뼈대만은 억지로 유지했는데 이제는 그마저 부서져 내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미연합사 해체 ‘성급한 합의’

그래서 더욱더 미국이 한국 없는 동북아 전략을 구상한다는 말이, 북한의 제한된 핵 보유를 묵인하기로 했다는 말이, 심지어 제2의 태프트-가쓰라 밀약이라는 이른바 ‘미-중 간 빅딜설’처럼 워싱턴 주변을 오가는 말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현실화한다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을 고집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적지 않은 기존 핵탄두와 핵물질 같은 핵심적 쟁점은 언급조차 못한 채 ‘불능화’니 하는 묘한 몇 마디 신조어로 얼버무린 2·13합의에서 그런 비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한미연합사 해체와 병행해서 거론되는 분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얼핏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모두 한미 군사동맹의 뿌리를 흔들고 한국의 현 안보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체해 재구축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우리의 안보적 여건이 더없이 어려운 때, 더 결정적인 안보적 부담을 자초하는 셈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했으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등의 자해(自害)적 계획보다는 북한 핵에 대한 대책부터 강구하는 자세가 정상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 대책이 병력이나 줄이고 동맹 체제를 흔드는 일일 수는 없다. 50만 감군 계획은 주한미군 고위 당국자도 “(주한미군은 줄이지 말라면서) 한국은 지상군을 40%씩이나 줄이느냐?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잘 알고 있는데…”라고 어이없어할 정도다.

가능하다면 이런 성급한 합의는 되돌려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한미연합사는 현재는 물론 통일 이후까지 상당 기간 함부로 대체해서는 곤란한 국방체제다. 2·13합의와 평화체제 거론에 호응하는 미국을 보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2012년이 한미동맹의 실효적 수명의 한계는 아닐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한미동맹이 살아 있을 동안에 자유 대한민국의 항구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안전보장 근원대책 서둘러야

한미연합사 못지않은 신동맹 구조를 개발하고 고도의 비핵 억지 전력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안보 상황에 맞게 한국의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재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 어떻게든 통일 한국의 새집을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미루고 회피해 와서 그렇지 언젠가는 어차피 겪어야 할 문제이고 예상외로 손쉬운 일일 수 있다.

다소의 희생이 따를지 모르지만 역사란 원래 그렇게 희생으로 성장하는 법이 아니던가. 역사는 언제나 지혜와 용기 있는 자의 것이 돼 왔다. 이래저래 우리 모두의 더할 수 없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범국민적 헌신이 필요할 때다. 그것만이 오늘 이 성급한 합의를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다.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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