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병완 실장, 本分모르고 예의도 없다

  • 입력 2007년 2월 11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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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지 않아야 할 자리에 나서서 주위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꼴불견이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그런 경우다. 대통령이 바른 길을 가도록 보좌하는 일만으로도 시간과 능력이 모자랄 텐데 툭하면 강연한답시고 설화(舌禍)를 자초하더니 이젠 야당 대선주자들에게까지 딴죽을 걸고 있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떠나 본분도 모르는 언동이다.

이 실장은 그제 한 강연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겨냥해 “대통령이 되면 개헌하겠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짓말이다. 역사적 책무를 회피하면 지도자도 정당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 아래서의 개헌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뿐 아니라 여당 탈당파까지 반대하는데도 개헌에 행정력과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옳기라도 하단 말인가. 청와대 뜻대로 안 풀리니까 좌충우돌하듯이 악담이나 퍼붓자는 것인가.

그는 박근혜 씨의 ‘7% 경제성장률’ 공약에 대해 “5% 가까이 성장한 것을 두고 파탄이라고 주장하면서 7%가 뭐냐. 적어도 10%는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비아냥거리는 투다. 이명박 씨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행정도시 등의 건설에 5년 동안 53조 원이 투자되니 건설경기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운하니 터널이니 안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고민해서 내놓은 공약을 납득할 만한 논리적 뒷받침도 없이 깎아내리는 것은 우선 예의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6% 성장 공약을 내놓자 노무현 후보가 7%를 공약한 것처럼 지금 야당 대선주자들도 즉흥적으로 뻥튀기 공약을 내놓는 걸로 보는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것이 대통령령에 명시된 비서실장의 임무다. 본분을 벗어나 걸핏하면 ‘사이비 강사’로 나서는 것만도 잘못인데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으로 대통령에게 누(累)를 끼치기까지 하니, 결국 세금 내는 국민에게 죄를 짓는 셈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대통령에게 아첨해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중심에 이 실장이 있는 게 아닌가.

그동안 이 실장은 분에 넘치는 국록을 먹었다. 이제라도 노 대통령이 한 발짝이라도 국민 곁으로 다가가고 흐트러진 국정을 일부나마 정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자면 밖으로 나돌면서 남을 가르치려 들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민의(民意)에 귀 기울이는 노력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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