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씨 변신(變身)하나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9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평소 대북(對北) 지원에 대해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말해 왔다. 도지사 재임 중이던 2005년 북한과 벼농사 협력사업을 시작한 것도, 자신이 직접 방북해 모심기를 도와준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됐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일방적 퍼 주기나 다름없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소신이 바뀐 것인지, 정치적 계산 탓인지 혼란스럽다.

손 씨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핵 포기 조치의 초기단계를 시작하면 인도적 수준의 지원을 넘어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해 더 강한 햇볕을 쬐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도 햇볕정책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만 보일 게 아니라 계승할 것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씨 등 당내 다른 대선주자의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원칙 있는 대북 지원과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당론에서도 벗어난 발언이다.

최근 들어 손 씨는 당과 다른 주자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의 지지도가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는 안간힘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차기 집권을 꾀하는 한나라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다급해도 대북 문제에 그런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DJ-노무현 정권은 지난 9년간 햇볕정책이란 미명 아래 8조 원 이상을 북에 퍼 주었고, 이런 일방적 지원이 결국 북의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을 도와준 것이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북핵 폐기의 실마리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햇볕정책 탓이 크다. 손 씨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씨의 ‘7% 성장’ 등 경제공약에 대해 손 씨가 “국민 기만” 운운한 것도 지나치다. 그동안의 저성장은 이 정권이 집요하게 경제논리를 거부하며 국민에게서 ‘경제 하려는 의욕’을 빼앗아 간 탓이 크다. 정말 거국적으로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낼 리더십만 등장한다면 7%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경쟁자들의 공약이라고 폄훼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지금 여권 일각에서 손 씨에게 영입 손짓을 하고 있다. 그의 최근 행보는 ‘정치적 변신’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인가.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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