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대표팀보다 페라리가 좋아”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잉글랜드 축구 선수들은 두뇌가 없는가. 여러분들은 프리미어리그가 아주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은 돈과 명예를 위해 잉글랜드에 온다. 그리고 경기장에 넘쳐흐르는 열정을 사랑한다. 잉글랜드의 윤택한 생활을 즐길 줄 안다.

외국 선수 중 일부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뇌 세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동감한다. 지난달 잉글랜드 대표팀의 젊은 풀백인 글렌 존슨(포츠머스)이 체포됐다. 그는 변기 의자와 목욕용 캡을 훔치려다 붙잡혀 ‘별’을 달았다.

왜 그랬을까. 제정신인 사람은 절대 답할 수 없다. 첼시에서 포츠머스로 임대된 존슨은 주당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를 받는다. 변기 의자와 목욕 캡, 그리고 그가 낸 벌금 80파운드는 그의 연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존슨은 아마도 한번 웃고 마는 장난 정도로 생각한 듯하다.

존슨이 도둑질로 잡히던 날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로 77경기나 뛴 스튜어트 피어스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기자들에게 자기 제자들에게 질문한 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자넨 페라리 자동차를 갖고 싶나, 대표팀에서 뛰고 싶나”라고 물었는데 한 선수가 “페라리요. 환상적인 차잖아요”라고 대답했다. 당황한 피어스 감독은 “그런 말은 나에겐 아주 생소하다며 넘어 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선수였다면 난 항상 축구 선수로 최고가 될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 연봉은 그 다음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맨체스터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고지 라이벌이다. 피어스 감독은 지난달 조이 바턴과 미카 리처즈에게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말라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너희는 맨체스터시티에서는 매주 경기를 뛸 수 있다. 그것은 너희 능력을 더 키울 기회가 된다”고 했다. 첼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가면 대형 선수들이 너무 많아 벤치를 지킬 게 뻔하기 때문.

요즘 잉글랜드 축구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젊은 선수들은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어 고급 스포츠카를 언제든 살 수 있다. 올해로 44세인 피어스 감독은 그의 옛날 스승인 브라이언 클러프를 닮아 가고 있다. 클러프는 현대의 프로 선수와 달리 학교를 다니지 않고 전기공으로 일했다. 그는 늘 젊은이들에게 “너희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어린 선수들의 역할 모델은 멋진 자동차를 패션처럼 구매하는 리오 퍼디낸드(맨체스터 유타이티드)나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먹을 것을 걱정하던’ 옛날 얘기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성장하기도 전에 스타 의식부터 갖는다.

20년 전 존 반웰이 그랬다. 그는 15세 때 학업을 그만두고 뉴캐슬에서 아스널로 이적했다. 그러나 그는 한창 명성을 쌓다가 어느 순간 유혹에 빠져 추락하고 말았다. 이제 리그감독협회(LMA) 회장인 반웰은 젊은 선수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돈을 다루는 법과 마약에 빠지지 않는 법, 그리고 명성의 거품에 대처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구단들이 돈을 투자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리그는 질 나쁜 중간 도매상들로 득실거린다. 돈만 추구하는 에이전트들은 어린 선수들을 꼬드겨 탐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새 회장인 라몬 칼더론은 대학생들에게 “여러분은 교육을 받았지만 축구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칼더론 회장은 레알 마드리드의 팀 정신이 훼손됐다고 했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는 1년에 900만 유로(약 170억 원)를 받는다.

최근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선 구단의 방송 중계권 계약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회계사들은 좋은 선수들로 인해 축구팬을 더 끌어들일 것이고 그들의 몸값은 더 뛸 것이라고 믿고 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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