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선 가도 혼미=탈당한 강봉균 의원은 6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에는 외부 인사 참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탈당으로 열린우리당에 배어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색깔을 빼야 신망 있는 외부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사실 탈당파와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인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이 구상하는 대선구도는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시민단체, 학계와 경제계 등 전문가, 지식인 등 능력과 역량 있는 신진 세력의 대거 영입과 참신한 제3후보를 영입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김 의장이나 정 전 의장은 본인의 대선후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탈당한 의원 대부분은 ‘이 두 사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일단 전당대회부터 치르자”고 했지만 탈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의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앞으로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외부 인사의 영입 및 대선후보 결정과정에서도 근본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부터 “통합신당이 현재의 열린우리당보다 더 복잡한 계파 구조를 갖는 것 아니냐” “통합신당을 출범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측에서는 “집단 탈당을 밀어붙인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기획 단일화’ 노림수?=이번 집단탈당을 앞두고 탈당한 일부 의원이 사석에서 “어차피 다시 만날 텐데 얼굴 붉힐 것 뭐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6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당이라는 강물이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당한 측이나 잔류한 측이나 모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이상한 탈당’이다.
이 때문에 사전 포석에 따른 ‘기획탈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기획탈당’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획 단일화’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단일화 효과’는 컸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와 김종필 박태준의 ‘DJT’연합,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극적인 단일화 효과와 선거 전날 파경의 역풍은 선거 결과를 갈랐다.
결국 이번 집단 탈당과 새 교섭단체 구성, 통합신당 결성, 잔류파의 유지 등의 범여권 내 대선주자군의 역동성을 높인 뒤 선거 막판에 단일화를 하려는 전술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에서 누가 그런 장기적인 기획을 할 수 있겠느냐’ ‘그런 기획이 있다 한들 예고된 단일화가 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국 3자구도=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새 교섭단체의 3자구도로 진행될 향후 정국에서 새 교섭단체는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주요 법안 등 정책현안뿐 아니라 개헌 등 정치현안에서도 새 교섭단체의 목소리에 주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과는 다른 색깔을 천명한 새 교섭단체와 ‘교섭’을 벌이는 새로운 국회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정(失政)으로 사실상 어부지리를 얻어 온 한나라당은 여당의 집단탈당으로 또 다시 타의에 의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데 대해 떨떠름한 반응이다.
당내 대선 주자 ‘빅3’의 지지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의회권력까지 장악하게 된 데 대한 부담감도 엿보인다. 별다른 이득 없이 책임만 커지는 것 아니냐”며 경계하는 기류와 함께 또 다시 대선 기간 내내 우세하다 대선에 패배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저쪽은 무늬와 명칭만 다른 교섭단체가 난립한 셈인데 이해관계에 따라 연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실질적으로 일은 못하고 책임만 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