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상 4단에게 “이 바둑을 백의 명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윤 4단도 ‘결과론’일 뿐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한다. “만약 흑이 이겼다면 흑의 명국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초반 흑이 실리를 챙긴 상태에서 백이 세력을 쌓기는 했으나 판을 짜기 어려운 바둑이었다.”
흑 173부터는 서로 최선을 다한 수순. 한 치도 더하고 덜함 없이 평행선을 이어간다. 차라리 옥쇄할 만한 승부처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한 집, 혹은 반 집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종착역까지 쫓아가는 일은 ‘타는 목마름으로’ 사막을 횡단하는 고행과 같다.
이 바둑은 흑 211수가 놓인 뒤에도 80여 수가 더 두어졌으나 1집 반의 차이는 변하지 않았다.
이후 전개는 총보로 미룬다. 윤 4단이 힘만 믿고 덤벼들던 입단 시절과 달리 전체를 조망하는 눈을 갖추었음을 말해 주는 한 판이었다. 윤 4단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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