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日프로야구 진출 이병규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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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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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하는 이병규(33·외야수·사진)를 만났다. 악수를 하는데 오른손바닥에서 뭉툭한 감촉이 났다. 피멍이었다.

이병규는 “아, 모처럼 방망이를 많이 쳐서 그래요. 물집을 터뜨린 후 참고 계속 쳤더니 그 안에 새 물집이 잡혔네요”라고 했다.

그는 선동렬(삼성 감독) 이종범(KIA) 이상훈(전 LG)에 이어 주니치에서 뛰게 될 네 번째 한국 선수다.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하는 그의 솔직한 심경을 들어 봤다.

○ 왜 주니치인가

원래는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어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문 구단에서 제의도 왔어요. 계약금은 주되 연봉은 캠프 후 결정하는 조건이었죠. 그래서 거절했어요. 차선은 LG에 남는 거였어요. 그런데 구단이 저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느낌이 없더라고요. 그때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이 ‘함께하고 싶다’고 제의를 한 거예요. 그래서 주니치로 가게 됐죠.

○ “비디오도 안 보고 뽑았대요”

오치아이 감독과는 잘 알지 못해요. 2006년 캠프 때로 기억합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위해 이동하는 날이었어요. 비도 오고 마음도 급하고 해서 세 타석 모두 1, 2구를 쳐서 아웃됐어요. 그런데 오치아이 감독이 시즌 후 “비디오도 안 보고 뽑았다” “올 시즌 주전으로 확정한 6명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하시니 감사할 뿐이고 열심히 해야죠.

○ 낮은 출루율과 약점

걸어 나가는 것보단 치고 나가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참고 기다릴 수 있어요. 주니치에선 팀플레이에 맞게 기다릴 땐 기다려야죠. 타격 시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게 약점이라고들 하는데 평생을 그렇게 쳐 왔어요. 캠프에서 코치들과 상의해서 타격 폼 수정 여부를 결정할 거예요.

○ 4할 타율과 200안타

사실 최근 몇 년간 재미있게 야구를 하지 못했어요. 중심 타자로서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잘 쳐도 하위권, 못 쳐도 하위권이라 목표 의식을 갖지 못했죠. 4할 타율을 욕심 내지 않고 3할에 안주한 부분도 있었고요. LG 팬들께는 죄송해요. 지금은 무척 설레요. 1997년 처음 프로에 데뷔할 때의 기분이랄까. 잘하든 못하든 어서 빨리 가서 부닥쳐 보고 싶어요.

○ 얼마나 잘할까

승엽이가 “장난 아니게 힘들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각오하고 있어요. 못하면 2군에 가는 거고 잘하면 남겠죠. 많은 분이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소리 쏙 들어가도록 더욱 잘하고 싶어요. 일본 투수들은 좋은 공을 던지지만 눈에 익으면 충분히 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집으로 가는 이병규의 차 안에선 일본어 학습 테이프 소리가 흘러나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병규는 이달 중순 둘째아이의 출산을 지켜본 뒤 하순에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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