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용]“부원장님 힘내세요” 낯 뜨거운 과잉 충성

  • 입력 200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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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장님, 힘내세요.”

8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정 앞.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으로 들어갈 때 금감원 직원 6명이 이렇게 소리쳤다. 일부 직원은 기자들에게 “우리 부원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 직원 1300여 명은 ‘구속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직원 10명 중 8명꼴로 서명한 셈이다.

이런 모습들은 금감원 창립멤버인 김 부원장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 특히 준(準)공무원인 금감원 직원들의 처신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수사를 받고 있는 임원에게 연민을 표시하거나 선처를 호소하기보다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 달라고 했어야 옳았다.

금융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측에 질문을 10건 하면 1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가 많으면서도 힘을 믿고 군림하려고만 한다”고 귀띔했다. 9일 금감원 홈페이지에는 “김 부원장을 무조건 옹호할 게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취지의 쓴소리가 잇달아 올라오는 등 국민의 시선도 따갑다.

금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함께 대표적인 ‘경제 권부(權府)’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도, 민간 조직도 아니면서 양쪽의 좋은 점만 누리는 조직 특성에 따른 부작용이다. 고액 연봉과 복지 혜택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고용안정까지 보장돼 ‘신(神)이 내린 직장’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을 둘러싸고 잇달아 터져 나온 비리(非理)와 이에 대한 맹목적 옹호가 어떻게 비칠 것인가.

법원이 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 부원장과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준공무원 조직인 금감원 사람들이 이번에 보인 ‘과잉 충성’은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금감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조직 보호’를 위한 군색한 변명이 아니라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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