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한승]노사 안정 열쇠는 법과 원칙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노사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는 해라서 노동자단체 등 이익집단과 시민단체가 자신의 이익이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해결된 정책과제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또한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경제 여건은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대車시무식 추태에 씁쓸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를 보면 새해 벽두부터 이런 걱정이 현실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현대차 시무식에서 벌어진 추태는 한국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줘 씁쓸하다. 현대차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민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희망찬 새해 벽두에 국민에게 안겨 준 실망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이 임금이나 복지혜택의 축소가 아니라 성과연동형의 성과급 50% 배분 문제 때문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사태가 아니라도 현대차 노사관계를 보는 국민의 눈이 차가워진 지 오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30여 일간 파업에 휩싸였고, 잦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액이 엄청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성과급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무기력한 현대차 경영진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비리에 휘말린 경영진은 노조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려면 경영진부터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현대차 경영진은 적어도 지난해 회장이 구속되기 전까지는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은 죗값을 어느 정도 치른 상황이어서 이전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독일의 금속노조(IG Metal)는 세계 노사관계의 방향을 잡아 가는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은 교과서처럼 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협약은 다름 아닌 폴크스바겐 자동차공장에서 시동이 걸렸다. 오늘날 경영상 위기 아래서 구조조정의 모형은 미국의 자동차산업노조(UAW)에서 나왔다. GM과 포드자동차의 감원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풍향은 이처럼 한 나라의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계적 흐름이다. 국민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대차 노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시하고, 특히 과거와 다른 현대차 경영진의 태도를 주목한다.

국내 노사관계가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현대차 내에도 합리적인 노동운동 세력이 온존하고 있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과거 노사분규로 벼랑 끝에 몰렸던 현대중공업, 코오롱, 바스프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아-대우그룹 해체 거울 삼아야

반대로 기아그룹과 대우그룹의 해체는 노사가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공멸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환율 저하, 수출 감소, 이익률 하락 등은 표면적 문제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근본적인 위기는 국민이 이제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아야 한다. 현대차가 이 정도 성장했던 이유는 소비자가 국내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며 생긴 탄탄한 내수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도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 지난해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 처리되면서 노동 관련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 올해 남은 숙제는 노사관계 안정이다. 임기 말인 현 정부가 노사관계를 잘 관리하려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소모적인 노사관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노사정 모두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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