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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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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40대 공인회계사를 거래소 감사에 추천한 것도, 기왕이면 ‘부산 지역 출신으로 코드가 맞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기준을 내놓은 것도 통상적인 인사 협의 차원이지, 외압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논리인 것 같다.
얼마 전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발언 파문이 일어났을 때도 청와대는 ‘통상적인 인사 협의’를 들고 나왔다. 별일이 아닌데도 괜히 받아들이는 사람 쪽에서 외압이라며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별하지 않고 예사로 일어나는’의 뜻으로 나온다. 그만큼 상식에 맞는 일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정책팀장으로 일한 경력의 40대 초반 부산 출신 회계사를 연봉이 4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소 감사로 추천한 것이 과연 예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백 보를 양보해 이런 식의 인사 추천이 가능한 것이라고 해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청와대와 증권선물거래소를 비교하면 누가 봐도 청와대가 압도적으로 ‘높고 힘센’ 기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기관이 ‘통상적인 협의’라는 명목으로 감사 후보를 추천하면, 주식회사 형태인 거래소에는 당연히 압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아무리 통상적인 절차라고 우겨도 특정 인물을 추천하고, 인선 기준을 꼭 집어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어길 수 없는 기준이 돼 버린다. 더구나 그 메시지를 재정경제부 차관이라는 고위 인사가 전달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국민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불거진 청와대의 증권거래소 감사 인사 개입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도 ‘통상적인 협의’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통상적인 인사 협의’와 ‘비상식적인 인사 외압’을 구별할 정도의 능력조차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완배 경제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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