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일본판 브루킹스연구소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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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핸런 씨는 외국인 필진이 쓰는 동아일보 칼럼 ‘세계의 눈’ 집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대한 예리한 시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16년 미국 기업인들이 출자해 만든 비영리 민간기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이 연구소는 창설자인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실업가 로버트 브루킹스의 이름을 땄다. 헤리티지재단과 후버연구소가 미 보수주의자들의 본거지라면, 브루킹스연구소는 자유주의의 싱크탱크다. 국제정치, 경제, 사회과학 등의 현안에 대해 독립적으로 연구 분석을 수행하면서 미 정부의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전적으로 기부와 기금 수익에 의해 운영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20여 개 대기업이 주축이 돼 일본판 브루킹스연구소라고 할 수 있을 ‘국제공공정책연구소’를 세울 것이라는 소식이다. 오쿠다 히로시 전 도요타자동차 회장과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등 전현직 경단련(經團連) 회장들이 연구소 발족을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대표 또는 고문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각국 지도층과 폭넓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어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처럼 민간 외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국제정치를 비롯해 무역, 통화, 에너지, 환경, 안보 등을 연구영역으로 하면서도 재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는 듯하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저러한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엔 한국경제연구원이 있고, 몇몇 대기업 산하 연구소의 보고서는 국책연구소의 성과물 못지않은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국내외 정치문제까지 다루는 연구소는 갖지 못했다. 국가 정체성 및 국민적 가치관의 혼란이 심각하게 불거지고 경제와 시장에 대한 비경제적 변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니 우리 기업들도 브루킹스연구소나 일본 국제공공정책연구소 같은 연구소 하나쯤 돈 들여 만들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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