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연출, 코드 공무원 출연 ‘홍보 코미디’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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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비전 2030’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경제관료는 하루 세 차례나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정책 개발 및 추진과 홍보 중 어느 쪽이 본업인지 모를 정도다. 이 ‘홍보 코미디’는 청와대가 연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KBS 회견에서 1000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먹을 ‘비전 2030’을 ‘장기 국가발전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책연구기관에 (환수 신중론을) 반박하는 글을 쓰라고 했지만 아무도 안 나서더라”고 했다. 객관적 연구에 힘써야 할 기관에까지 ‘코드정책 홍보’ 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대통령 발언 직후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내년 하반기까지 집값이 2003년 10·29 대책 이전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고 호언했다. 재정경제부와 건교부는 ‘김대중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이 29%나 올랐지만 현 정부에선 11%로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자료도 냈다. 외환위기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김대중정부 시절의 반등폭이 컸던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국민은 이미 세금고(苦)를 견디기 어려운데 기획예산처는 ‘비전 2030’ 홍보에 담세율이 낮다는 통계나 들이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景氣)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언론이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유도하는 문항을 포함시켰다. 청와대는 역대 정권에서 야당의 반대로 개혁이 좌절된 사례들을 모으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 실패가 언론과 야당 때문이라고 몰아가기 위해 국민 세금 써 가며 이런 일까지 하는 모양이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은 지난해 총리실이 주도한 도박 문제 태스크포스(TF)에 ‘바다이야기’의 위험성을 보고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보고 받은 바 없다”고 하자 관련 기관들은 일제히 보고한 사실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정권은 남은 임기도 실정(失政) 자체의 만회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에 매달려 허송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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