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슈퍼스타 경제학

  • 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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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자동차 정비공에 비해 우수한 정비공의 수입이 더 많은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백 배, 수천 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경우 톱스타는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은 그저 먹고살 만큼만 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스타가 존재하는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슈퍼스타가 나타나려면 첫째, 평범한 사람 여럿이 비범한 한 사람을 당해 낼 수 없어야 한다. 둘째, 아주 많은 사람이 스타의 서비스를 싼값에 대량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 조든보다 절반 정도 잘하는 농구선수의 경기를 서너 번 보는 것이 조든의 경기를 한 번 보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또 조든의 경기는 케이블TV 등으로 누구나 값싸게 볼 수 있다. 반면 정비공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의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돼 있어 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

▷미국 시카고대의 셔윈 로젠 교수는 이처럼 1등은 엄청난 보상을 받는 반면 차점자는 훨씬 작은 보상을 받는 승자독식(勝者獨食) 현상을 분석해 ‘슈퍼스타 경제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포츠나 연예계에만 슈퍼스타가 있는 것은 아니다. TV와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종교인, 학원 강사, 전문 경영인, 의사, 변호사 등의 영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 씨는 “다양화 시대에 선택항이 많아질수록 선택이 힘들어져 팔리는 상품만 팔린다”며 나이키 신발, 윈도2000, 포켓몬스터 등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영화사 패러마운트가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결별하는 등 할리우드에서 슈퍼스타 현상이 퇴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톱스타들의 호화판 사생활에 부러움과 함께 질시를 느낀 사람이라면 좀 후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질투하는 분위기에서는 발전이 더디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슈퍼스타 경제이론이 틀려서가 아니라 ‘기여에 비해 몸값이 턱없이 비싸졌다’는 철저한 경제논리 때문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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