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대학 대란(大亂)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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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저출산(低出産)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 정원을 3년에 걸쳐 5만 명이나 줄여 나가겠다고 하는 배경도 따지고 보면 ‘고객’(학생) 감소 때문이다. 일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낮은 출산율(1.25명) 때문에 해마다 대학생 수가 줄어든다. 후쿠오카와 히로시마 지방의 4년제 대학들은 신입생 부족으로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 어떤 대학은 학생이 줄어 “빚을 갚을 길이 없다”며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일본 4년제 사립대학의 40%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내년은 대입 희망자와 신입생 정원이 꼭 같아지는 ‘역사적인 해’라고 한다. 학력사회, 입시지옥, 재수생(로닌·浪人)이라는 말을 공유해 온 이웃 나라 대학가의 ‘지각변동’이 놀랍다. 일본 정부는 폐교와 통폐합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전학(轉學)도 지원한다고 한다.

▷미국 뉴스위크가 조사한 세계 100대 대학에 도쿄대를 비롯해 5개나 들어 있는 일본이 이런데 단 한 개도 끼지 못한 한국의 대학사회는 어떤가. 신입생 모집이 잘 안 되는 전문대를 4년제 대학에 통폐합하려 해도, 사라지는 학과의 교수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저항한다. 대학 존립을 위한 유일한 처방임을 인정하면서도 ‘내 밥그릇’만은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명문 사학인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와 세이와(聖和)대가 전혀 다른 ‘핏줄’임에도 2년 후 ‘통합 신입생’을 뽑기로 한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우리 교육계에는 저출산 시대에 역행하는 억지가 횡행한다. 교육대생들은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줄어도 교대 통폐합에 극력 반대하고, 교대 정원과 임용 숫자를 줄이지 말라고 투쟁 중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중고교생이 줄어도 ‘잔무(殘務)와 주5일 근무제’를 내세워 교원 수를 거꾸로 늘려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교원평가제에는 극구 반대다. 뭘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모르는 체 우기는 걸까?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교육자의 태도일 수 없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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