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산공원, 힘겨루기로 차질 빚을 건가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한제국 말 이래 124년 동안 외국 군대가 주둔하던 용산 미군기지 일대가 서울 시민에게 돌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은 국가적 경사(慶事)다. 수도 서울의 미관(美觀)을 가꾸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원을 만들자는데, 시작부터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삐꺽거리는 소리를 내니 안타깝다. 어제 미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참한 사태는 경위야 어떻든 양쪽에 다 잘못이 있다.

건설교통부가 특별법을 통해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가져가려는 데 대해 서울시는 반발하고 있다. 건교부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뽑기 위한 땅장사는 않겠다”면서도 특별법에 ‘장관의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넣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008년 말 반환될 미군기지 87만 평 중 자투리땅을 제외한 81만 평을 모두 용도변경 없이 공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전국 시도지사 초청 토론회에서 “서울시 도시계획 차원의 의견을 존중하라”고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싸운 덕에 용산공원의 훼손 가능성을 줄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어제 선포식에서 ‘일부 용도변경’을 시사했다. 서울시는 이날 선포식에 대해 “용산기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시민의 뜻을 무시한 용산기지 개발 선포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건교부가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체입법,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용산기지가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이지 않도록 하려는 서울시의 자세는 옳다. 정부는 용산기지 공원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미군기지 이전 재원 마련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 서울시와 환경단체 등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오 시장도 정치투쟁 식으로 상황을 몰고 갈 일은 아니다. 정부와 협력하면서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한국의 자랑거리로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