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곽승준]경제 활성화, 대통령이 나설 차례다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정치와 경제는 참 묘한 관계에 있다. 모든 정권의 인기는 국민이 경제적으로 잘살고 일자리가 많을 때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 지지로 선거에 이기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이 목표인 정치가 경제 논리에 충실하면 아주 유리하다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문제는 효율성과 최적성(最適性)을 강조하는 경제학적 해법과 정치적 의사 결정의 보도(寶刀)로 사용되는 다수결 투표가 초기에는 서로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경제 논리는 포퓰리즘이나 대중성과는 상극을 이룬다. 예를 들어 10명의 국민이 있다고 하자. 그중 한 사람은 특출하게 돈 버는 자질이 있어 나머지 9명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고 부를 쌓고 있다. 이때 한 지도자가 나서서 평등과 복지를 내세우며 다수결 투표를 제안한다. 그 한 명을 공격하며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 소득과 부를 9명이 나누는 내용이다. 결과는 뻔하다. 일단 그 지도자는 9명의 지지를 받고 투표안은 다수결로 통과된다. 노무현 정권이 그동안 사용해 왔던 소득 상위 20%와 나머지 80%의 분리, 서울 강남과 비강남의 분리, 대기업에 대한 반(反)기업 정서의 유포, 서울대 폐지론, 교육의 3불(不)정책 등이 그 사례들에 해당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어떤 정권 또는 정책의 힘보다도 강한 시장경제 법칙이 작동한다.

돈 버는 능력이 있는 그 국민은 의욕을 상실해 열심히 일할 동기를 더는 찾지 못한다. 투자도 안 하고 휴가도 다른 나라에서 보내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누어 먹을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나머지 9명은 그전보다 살기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인기 전략이 시장경제 논리라는 큰 파도를 만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분배를 강조하고 서민을 위한다던 노 정권 3년의 경제 성적표에 이 같은 현상이 반영돼 있다. 올해 2분기 실질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8%에 그쳤다. 지난 5분기 중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생산증가율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상반기에는 경상수지마저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였다.

특히 ‘버블 세븐’ ‘세금폭탄’ 같은 신조어까지 사용해 추진한, 특정 지역을 겨눈 과도한 부동산 규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복수(復讐)는 건설경기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은 1조 원 매출에 2만3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반도체는 4000명 정도다. 건설업의 고용효과가 반도체의 6배에 가까운 것이다. 결국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시장에서 영세근로자의 일자리를 없애고 이들을 절대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도시근로자 간의 소득 격차가 6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청의 ‘2분기 가계수지 동향’에서 증명되고 있다. 여기에다 3년 연속 저성장과 분배 강조로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는 239조 원으로 현 정부 들어 무려 112조 원이나 증가했다.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정말 성장, 분배, 고용 어느 것 하나 풀리는 게 없다.

1년 4개월 뒤에 선거를 치러야 할 여당은 이번으로 임기가 끝나는 청와대보다 초조한 모습이다. 최근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오랜만에 경제를 챙기고 친(親)기업, 시장친화정책 등을 시사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지난 3년 반 동안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위축된 실물경제를 되살리지는 못한다.

인위적 경기부양책이란 따로 없다. 기업을 죄악시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을 경멸하며, 평등 코드에 빠져 있는 당-청 지도부의 과감한 발상 전환이 경기 부양의 신호탄이다. 출자총액제한이건 순환출자 규제건 간에 경쟁국에는 없는 규제제도를 과감히 철폐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기업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시장 친화적 정책을 언급하고 정책에 바로 반영되도록 경제를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 기업가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여당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신뢰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민생경제 회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우리 경제의 50여 년 치적을 무위(無爲)로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곽승준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 sjkwak@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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