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경제학자들의 쓴소리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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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차별화의 압력’을 통해 성공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허영심을 자극함으로써 발전을 이뤄 낸다. 인간은 차별자인 하느님께 잘 보여 스스로 성공하는 자로 선택받으려는, 연약하지만 이기적인 존재다. 발전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차별화 이치를 거스름으로써, 스스로 돕는 자를 제대로 가려 차별(우대)할 줄 아는 세상의 하느님들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평등주의 비판, 하느님 편’을 들고 나왔다. 9∼10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였다. 2000여 명의 경제학자가 회원인 한국경제학회는 말 그대로 한국 경제학계를 대표한다.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이 회장이며 전에는 박승 김세원 김병주 정창영 유장희 김인기 이재웅 등의 학자들이 학회를 이끌어 왔다. 이번 대회 주제는 ‘모든 사람을 위한 번영’이다. 이를 위한 좌 교수의 처방이 ‘차별화’라는 것은 일견 역설적이다.

▷그러나 그는 주장한다. “흥하려면 흥하는 사람을 더 우대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아지지는 않지만, 모두 발전하고 성공하는 길을 가야 한다. 취약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돕는다는 ‘사회정책’도 이제 스스로 도와 성공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돕는다는 ‘발전정책’으로 전환되어야만 음지의 사람을 양지로 이끌어 낼 수 있다. 이것이 21세기에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이뤄 낼 수 있는 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대회에서 “노동계의 집단이기주의와 저부담·고수혜(高受惠)의 복지 요구 등 ‘선진국병’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열린 지난번 대회에서 안국신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가 좌파의 덫에 걸려 있다”고 했고,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GE의 잭 웰치 회장도 한국에서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거다. 출자총액 제한 등의 규제, 반(反)기업 정서, 이윤의 사회 환원 요구 등이 기업가 혁신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노조와 국민이 쓴소리를 삼키지 않고 뱉기만 하면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을’ 수가 없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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