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여성 정치인의 사생활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코멘트
러시아의 ‘프라우다’지가 세계 여성 정치인들의 일상과 취미를 소개했다. ‘오렌지 공주’로 불리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새 둥지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데 매일 아침 40달러를 쓴다. 유럽판 ‘엘르’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한 그는 루이비통의 단골 고객이다. 그처럼 화려한 반면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헝겊에 색실로 수(繡)를 놓는 이중적 면모를 보인다.

▷세계 외교를 주무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학부 전공은 피아노였다. 하지만 대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국제정치학으로 궤도를 바꿔 국무장관까지 됐다. 사적으로는 피아노뿐 아니라 발레와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는 ‘화려한 싱글’이다. 그는 또 미국 TV 시트콤 ‘섹스 앤드 시티’의 주인공 캐리처럼 ‘구두’에 집착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뉴욕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페라가모 구두를 잔뜩 사들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유명인의 사생활은 언제나 화제에 오르지만 여성 정치인은 특히 더하다. 얼마 전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이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기 위해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을 실어 영국과 독일 국민 간의 감정싸움을 부르기도 했다. 여성 정치인의 삶이 관심을 끄는 것은 ‘여성’이 갖는 강한 상징성, 희귀성 말고도 많은 여성에게 ‘역할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하루 네 끼를 먹지는 않는다. 그들 역시 공식 스케줄이 없으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쇼핑도 즐기고 싶어 한다. 단지 유명세 때문에 ‘즐거움’을 적지 않게 포기할 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 번도 대중목욕탕에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춤추러 다닐 수 있는 자유와 정치생활의 득실을 한동안 저울질했다고 한다. 찜질방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눈물이 빠질 정도로 수다를 떨 수 있는 보통 아줌마들의 일상이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