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숙아 年1000명 숨지는데 저출산委는 호화 파티?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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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출생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지만 칠삭둥이 팔삭둥이 미숙아를 안아 든 부모는 아기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어머니 자궁 속의 태아도 수술할 수 있을 정도로 의술이 발달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6000달러를 넘고 전국의 병·의원이 2만5000여 개를 헤아리는 우리나라에서 미숙아를 치료할 수 있는 집중치료실이 부족해 연간 1000명에 이르는 미숙아가 숨진다고 한다.

1.08이라는 사상 최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저출산 재앙’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매일 3명꼴의 미숙아가 부모의 슬픔도 모른 채 사망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더구나 미숙아 집중치료실 부족이 ‘잘못된 의료급여 체계 탓에 병원들이 경영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니 어처구니없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은 덮어 둔 채 의료복지니, 출산장려니 외쳐 왔단 말인가.

앞서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불임부부 시술비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신청 기한을 두 차례나 연기했는데도 신청자가 많지 않아 지원액이 남아돈다.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제한한 데다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 이것 하나만 봐도 짐작이 간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9월에 3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호텔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의 전직 국가수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저명인사도 초청할 모양이다. 이 행사 덕에 몇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날까.

무슨 현안이 생길 때마다 혈세(血稅) 쓰는 위원회 만드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특기(特技)라고 할 만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이 위원회는 발족 후 9개월 되던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새로마지플랜 2010) 시안을 내놓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기본 계획조차 아직 성안이 안 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3억 원짜리 위원회 생일잔치’라니, 지금도 숨져 가고 있을지 모르는 미숙아가 가여울 뿐이다.

▼알려왔습니다▼

△본보 7월 5일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사와 관련해 위원회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기획 중인 국제정책포럼이 대규모 ‘자축행사’나 ‘호화파티’가 아닌, 선진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학술적 정책세미나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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