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로 뛰어야 사는 기업 발목 잡는 공정委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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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업체인 미국 컬럼비안케미컬즈컴퍼니(CCC)를 인수한 동양제철화학의 글로벌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동양제철화학이 CCC의 한국법인 컬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K)를 인수하려는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고무용 카본블랙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어 결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공정위가 ‘1년 내에 CCK 지분 전부(85%)를 매각하거나 기존의 카본블랙 공장 두 곳 중 한 곳을 제3자에 매각하라’고 명령한 데 대해 동양제철화학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세계 17곳의 CCC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경쟁력이 생길 텐데, 공정위가 국내 공장만 떼어 팔라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 현실을 모르는 처사다. 공장 하나만 사겠다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독과점 판정도 구태의연하다. 공정위는 이 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작년 40%에서 CCK 인수 후 64%로 높아져 독과점 기준인 50% 선을 넘어선다고 봤다. 반면 이 회사는 세계적 타이어 업체에 중간재를 공급하기 위해 CCC를 인수한 것이지 세계 시장의 5%에 불과한 국내 시장을 노린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합병 후에도 아시아 시장점유율은 10%에 불과하며, 그나마 중소기업엔 7년간 가격을 동결한다는 계획까지 공정위에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이런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은 세계로 뛰는데 정부는 국내 시장만 염두에 둔 구(舊)시대적 잣대로 발목을 잡는 꼴이다. 이러니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겠느냐고 항변할 만도 하다.

미국은 1984년 이와 비슷한 기업 결합을 불허했지만 최근엔 자국(自國)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한 규제를 사실상 없앴다. 일본도 작년 이와 유사한 기업 결합을 불허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역행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당시 일본 업계는 “화학산업은 아시아 시황(市況)으로 일원화되는데 국내시장 점유율만 따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규제를 지금 우리 공정위가 따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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