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병철]“넌 할 수 있어” 칭찬과 격려의 힘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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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국회의원의 공천 비리 논란과 관련해 뇌물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레미 마르탱 사의 코냑 루이13세. ‘뇌물주’라 불릴 만큼 비싼 술이지만, 이 술을 세계 최고급 술로 만드는 가치는 사실 다른 데에 있다.

프랑스 코냐크 지방에서 나는 포도는 척박한 땅에서 강한 생존력으로 자라, 그냥 먹을 수도, 와인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없는 시고 떫은 포도 품종이다. 이러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어 숙성시키고 증류하여 세계의 명주, 코냑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일컬어 셀러마스터라고 부른다. 셀러마스터가 하는 일은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어 가는 코냑의 맛과 향, 빛깔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때를 기다리고 알아내는 것이다.

세계 최고급 코냑인 루이13세를 만드는 레미 마르탱 사의 코냑 제조법은 가문의 비밀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고 코냑을 탄생시키는 진정한 가문의 비밀은 바로 100년 동안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오크통 속의 코냑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열정, 도움의 말과 행동들이라고 한다.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어 가는 코냑의 맛과 향, 빛깔에 대해 끊임없는 찬사를 보내고 코냑과 나누는 “아, 향기 좋다”, “빛깔도 아름다워라”, “너를 사랑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등의 대화 말이다.

훌륭한 스승과 제자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맹농아 헬렌 켈러와 48년간 그를 가르쳐 성공시킨 애니 설리번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고에 시달리던 소녀의 눈을 뜨게 하고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칼리지의 졸업장과 빅토리아 여왕의 훈장까지 안겨 준 것은 설리번 선생의 지식이 아닌 사랑과 용기,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였다. ‘물(water)’이라는 말 한마디를 하기까지 7년이나 걸리는 맹농아에게 48년간 설리번 선생이 반복한 “할 수 있어, 헬렌. 난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라는 말이 결국 그에게 세상의 빛을 다시 찾아 준 것이다.

아무 쓸모없는 거친 포도를 세계 최고의 명주로 만드는 셀러마스터와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었던 맹농아를 세계적인 명사로 만들어 낸 설리번 선생. 이들에게서 얻게 되는 공통된 지혜는 바로 진정한 ‘멘터링’이다.

요즘 국내에선 ‘멘터링’이 크게 유행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저마다 훌륭한 멘터링 기법을 개발하고 있지만, 진정한 멘터링이란 사실 칭찬, 배려, 사랑의 말 한마디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칭찬에 서툴고 애정 표현에 인색하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을 믿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더욱 발전하려 노력하기 나름인데, ‘잘한다’ ‘좋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힘든 것이 대한민국 선생님이요, 부모님이다. ‘넌 할 수 있다, 잘할 거다’라는 추임의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를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민병철 지구촌추임새운동본부 본부장·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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