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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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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NFC에 입소하던 날. 한 TV 리포터가 막 NFC에 들어선 설기현에게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라커룸을 방문해 선수들에게 2만 원씩 줬다면서요. 사실이에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다른 리포터는 박지성에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케이크를 못 먹는다면서요?”라고 물었다. 설기현과 박지성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15일 열린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는 더 심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의 이상한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이영표는 “어디서 오셨나요? 전 오락 프로와는 인터뷰 안 해요. 스포츠국에서 온 분한테만 질문 받겠습니다”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공중파 3사에서만 20여 대의 카메라가 몰려 선수들에게 축구와 관련 없는 신변잡기에 대한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모 방송사에서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이유로 “히딩크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똑같은 질문을 선수들에게 돌아가며 하느라 기자회견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런 웃지 못할 광경들은 공중파 방송사들의 ‘월드컵 특수’를 노린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특히 각종 오락 프로그램 관계자의 엉뚱한 질문은 도를 넘을 때가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취재 매체와 기자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월드컵 취재를 허용하고 있다. 오락 프로 관계자에게는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혼란을 부추기는 데는 대한축구협회의 책임도 크다. 협회는 16일 대표팀 이미지송 ‘동방의 투혼’을 부른 인기그룹 동방신기를 NFC로 초청해 쉬고 있는 대표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아 눈총을 받았다. 심지어 협회 관계자들도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에선 협회가 선전에 매달려 방송국에 질질 끌려 다니고 대표팀 경기력 향상보다는 스폰서 업체 챙겨 주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한다.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빛난다. 협회는 대표팀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과연 요즘 같은 분위기로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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