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병운]일본식 국제법용어 바꿔야

  • 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최근 일본의 독도 주변 해역 탐사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이 많이 접한 단어 중에 ‘영유권’과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이란 표현이 있다.

그런데 ‘영유권’은 영토와 소유권을 조합해서 만든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나라 대통령도 빈번하게 사용한다. ‘영토주권’ 내지 ‘영토관할권’이라고 하면 될 것을 말이다.

또한 광복 후 우리는 ‘재판소’라는 일본식 표현을 쓰지 않고 대신 ‘법원(法院)’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법재판소’도 ‘국제사법 법원’,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국제해양법 법원 판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있지만 이것 또한 일본 문헌에 너무 친숙했던 당시 헌법학자들의 실수로 생각된다.

그런데 바람직하지 못한 일본식 국제법 용어가 어디 이뿐인가?

형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당방위’로 표현되는 ‘Self Defense’가 국제법 교과서에서는 ‘자위권(自衛權)’이란 일본식 표현으로 바뀌어 있다. ‘Collective Self Defense’를 ‘집단적 자위’라고 부를 때는 일본책을 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범죄인 인도의 요건인 ‘Double Criminality’를 ‘이중 범죄성립’이라고 불러도 좋으련만 굳이 어감도 좋지 않은 ‘쌍(방)가벌성’이란 일본식 표현을 고집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면 요즘 왜 이와 같은 일본식 표현이 넘쳐나는가? 광복 후 양식이 있는 학자들은 가급적 일본식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후배들의 맹목적 일본 논문 베끼기로 말미암아 수포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법조인의 산실인 사법연수원에서도 최근까지 외국어로 오직 일본어만 가르쳤다. 그 이유가 일본 판결문을 참조하거나 베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일본식 표현이 무성한 말로 독도가 곧 일본에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그러한 ‘언어 속의 일본해 물결’부터 걷어 내야 하지 않을까?

류병운 영산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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