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불안, 유가와 환율 탓만 할 일인가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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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유가와 환율이 예상을 빗나가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여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외적 악재(惡材) 때문에 올해 5%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정부 4년간 한 번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만다. 서민들은 올해도 일자리 부족과 소득감소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국들에 끊임없이 뒤처지는 4년 연속 저성장을 유가와 환율 탓으로만 돌릴 수 있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2006년 세계경쟁력 연감’에서 한국 정부의 행정 효율성이 조사대상 61개국 가운데 47위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1위에서 16단계나 추락했다. 국가재정을 허술하게 관리하고 사회통합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가 책임 불감증(不感症)에까지 빠져 있으니, 외부 악재보다 더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기업 관련법 분야의 경쟁력은 51위, 노동시장 경쟁력은 43위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중점적으로 했어야 했는지 이들 경쟁력 순위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종합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9단계 내려앉은 38위로 나타난 데 대해 정부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부터 보이니, 무얼 더 기대해야 할지 답답하다.

기업들은 유가와 환율 등 외부 악재, 다중 규제와 노사관계 불안 등 국내적 제약에다 반(反)기업정서와 사회공헌 부담 같은 ‘경영외적 악재’에까지 겹겹이 시달리고 있다. IMD의 기업 설문조사 결과가 좋게 나올 리 없다. 기업인의 의욕상실은 1분기 설비투자 0.2% 감소에 반영돼 있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니 소비심리 역시 나빠지는 추세다.

정부는 IMD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규제 완화에도 더 과감해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거꾸로 화살이나 돌리는 정부로는 국가경쟁력 향상이 어렵다. 기업들도 자구(自救)에 나서야 한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에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물론 이런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일자리와 부(富)를 낳는 기업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친(親)기업 분위기’가 국민 사이에서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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