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골은 세리머니로 완성된다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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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스타 베컴의 골 세리머니.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잉글랜드 축구스타 베컴의 골 세리머니.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축구는 골을 넣어야 맛이다. 골은 세리머니가 좋아야 멋이다. 골 세리머니에 담긴 의미를 알아 보자.》

TV 안에선 록 가수가 현란하게 전자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몇 번이고 TV를 돌려보며 머리를 흔든다. 다음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박지성은 스르르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며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한 전자회사 광고의 ‘록 세리머니’가 최근 축구팬과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다.

#가족 코드/라울의 반지 키스

세리머니를 펼치기 위해선 먼저 골을 넣어야 한다.

대작을 완성하고 낙관이나 사인을 남기듯, 용을 그린 뒤 최후에 눈동자를 그려 넣듯 축구팬은 골 세리머니에서 감격의 절정을 경험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메룬 선수들이 보여 준 집단 토속 댄스는 이미 고전.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베베토(브라질)의 아기 어르기 세리머니도 생생하다.

안정환(뒤스부르크)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뒤 보여 준 반지 키스 세리머니는 전국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반지 키스의 원조는 스페인의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

#노출 코드/女선수 ‘브라 세리머니’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AS 모나코)는 전직 복서 출신답게 골을 넣으면 유니폼 상의를 훌쩍 들어올리며 ‘왕(王)’자가 뚜렷한 복근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9년 제3회 여자월드컵에서 미국의 브랜디 채스테인이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유니폼 상의를 벗은 브라 세리머니는 여자축구 인기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타깝지만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 듯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를 금지했다. 축구 규칙은 과도한 시간 낭비, 상대를 성나게 하거나 조롱하는 제스처, 옷을 완전히 벗거나 머리 뒤로 넘기거나 머리에 뒤집어쓰면 경고를 주도록 하고 있다. 권종철 국제심판은 “옐로카드의 기준은 젖가슴”이라고 설명한다.

#정치 코드/디 카니오 파시스트 식 경례

골 세리머니는 민감한 정치적 논란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의 파올로 디 카니오(라치오)가 골을 넣은 뒤 오른쪽 팔을 쭉 뻗으며 관중에게 파시스트 식 경례를 했다. 이 장면은 유럽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고 이탈리아축구협회는 디 카니오와 소속팀에 각각 1만 유로(약 1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2월 카메룬 출신의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오(FC바르셀로나)는 레알 사라고사와의 원정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원숭이 춤을 췄다.

에토오는 “관중이 먼저 원숭이 소리를 내며 자신을 능멸했고 골을 넣자 먹이를 먹으라는 듯 운동장에 땅콩을 던졌다”며 “그들이 나를 원숭이처럼 대했기 때문에 원숭이처럼 춤을 췄다”고 말했다.

올해 독일 월드컵에서는 어떤 세리머니가 나올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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