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부-경찰은 핑퐁 치고, 청와대는 팔짱 끼고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코멘트
국방부와 경찰이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예정지 경비(警備)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일부 농민은 농사를 못 짓도록 국방부가 폐쇄한 농수로를 하루 만에 다시 뚫었다. 정부가 세금과 인력을 투입해 농수로 폐쇄까지는 해 놓고 범대위 등의 ‘역습’에 대비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경찰은 아직 군사시설이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경비를 서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둘러댄다. 그러나 기지 예정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곳일 뿐 아니라 국가재산으로서 국방부의 요청이 있으면 경찰은 마땅히 경비에 협조해야 한다. 경찰이 뒤로 빠지는 것은 지난해 농민시위 진압 여파로 허준영 청장이 퇴진당한 전례가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농민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비겁한 공권력이다.

국방부 장관은 해당 지역을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경비 병력을 주둔시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 역시 농민과의 충돌이 두려워 직접 나서지 않고 경찰에 경비를 떠맡기려고만 한다. 이런 경찰과 국방부를 위해 선량한 국민은 세금을 낸다.

범대위에는 범민련 남측본부 반미청년회 등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운동 세력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평택기지 계획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민족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북한은 적화(赤化)통일 노선은 조금도 바꾸지 않으면서 남한의 친북세력에 주한미군 철수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충실하게 동조하는 세력이 농민을 방패 삼아 미군기지 건설 공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오늘의 평택 상황이다. 그런데도 군경은 팔짱만 끼고 있는 나라가 돼 버렸다.

국방부와 경찰이 핑퐁을 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코드에 뿌리가 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하급 비서나 부처 과장이 쓴 글에 대해서조차 줄줄이 댓글을 달아 격려하는 부지런함을 보이지만, 국가 안보가 걸린 이 사업이 심한 역풍에 휩싸인 데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의아하고 답답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