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하게 카지노 돈벌이 나선 관광공사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코멘트
한국관광공사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GKL은 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무컨벤션 별관에 강남점을 연 데 이어 5월에는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 강북점을, 6월에는 부산 롯데호텔에 부산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관광공사는 1960년대 워커힐 카지노를 운영하다가 실패해 민간에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카지노 부실 경영 전력이 있는 관광공사가 40년 만에 다시 이 사업에 진출한 셈이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 측은 ‘카지노 업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수익을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쓰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미 9개 민간업체가 13개 카지노 사업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문화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의 카지노 사업 진출은 대북(對北) 관광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관광공사가 북한 관광지 개발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공사가 카지노 수익으로 대북 사업을 한다면 국내 카지노를 이용하는 일본인 고객이 줄어들 것으로 민간업계는 걱정한다. 일본인들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GKL은 당초 한무컨벤션 별관 2, 3층에 카지노 업장을 두려고 했으나 판매 및 영업시설인 3층의 용도 변경이 안 돼 위락시설인 카지노 업장을 개설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GKL 강남점은 2층에서 반쪽 영업을 한다. 카지노 임대사업장 선정은 관광공사가 문화부의 위임을 받아 대행했다. 임대사업장 경쟁에서 탈락한 호텔들은 평가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부산과 제주지역의 민간 카지노 업계는 공기업인 관광공사가 경력 직원을 싹쓸이식으로 스카우트하는 바람에 문을 닫을 판이라고 반발한다. 제주지역 8개 카지노 업체는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 관광공사가 민간 관광업계를 위축시키면서까지 카지노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공사 설립 목적인 관광 진흥에 부합하는 것인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