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밥그릇 싸움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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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정보통신부)

“먼저 강펀치를 날리다니….”(방송위원회)

정통부와 방송위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양측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정통부가 다음 달 단행할 조직 개편 내용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부터입니다.

정통부는 현 직제의 골격을 갖춘 1996년 이후 10년 만에 조직을 바꾸기로 하고 노준형 장관 내정자의 취임 후 바로 ‘통신방송정책본부’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동안 정보통신진흥국과 전파방송정책국에서 각각 다뤘던 통신과 방송 업무를 통합해 관할하게 될 조직이라고 하네요.

방송위는 반대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통부의 신설 조직이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위의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는 주장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방송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고, 이에 질세라 전국 정보기술(IT)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정통부 편에 서는 성명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신설될 통신방송정책본부에는 기존에 없던 ‘통방융합정책전략팀’이 생깁니다. 이 본부는 전파방송산업팀, 방송위성팀, 주파수정책팀 등으로 구성된 전파방송기획단을 산하에 거느리게 됩니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방송을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조직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정통부는 최근 케이블TV방송국(SO)의 연합체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의 인터넷전화(VoIP)사업 허가를 결정하는 등 방송 영역으로까지 권한을 넓히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방송통신융합위원회 출범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정통부의 ‘발 빠른 행보’가 방송위로서는 불안한 것이지요.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갈수록 불명확해지면서 걸핏하면 티격태격하던 두 기관의 전쟁은 이제 본격화할 조짐입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통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를 볼 수 있는 시대.

자기 ‘밥그릇’ 다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 바람일 듯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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